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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을 끝내는 현명한 방법(1)

유시민 칼럼
작가
대한민국이 어디로 갈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혼돈스럽다.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는 양곡관리법 등 법률안 6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국회가 상설특검을 가동하기로 결정했는데도 특검 추천 의뢰를 무작정 미루고 있다. 국회가 의결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거부권을 발동하지도 공포하지도 않은 채 뭉갠다. 국회가 추천할 예정인 헌법재판관 세 사람을 여야 합의가 있어야 임명한다고 했다.

윤석열은 한남동 관저에서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가? 그는 검찰과 공수처의 출석 요구서 접수를 거부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관련 자료 제출 요구도 무시했다. 검찰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데도 김용현과 사령관들을 잡아들였다. 판사들은 수사 대상에 경찰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를 들어 구속영장을 척척 내주었다. 어느 국무위원도 내란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국힘당 국회의원들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과 윤석열 탄핵안 의결에 참여한 동료 의원을 배신자라고 욕한다. 선출직 최고위원이 전원 사퇴하는 방식으로 당대표 한동훈을 쫓아냈다.

모든 게 엉망진창이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8년 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하는 가운데 국회는 압도적으로 탄핵안과 특검법을 의결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윤석열보다 더 극렬하게 부정선거 음모론을 펼쳤던 황교안이 대통령 권한대행이었지만 만사를 대체로 원만하게 처리했다. 헌법재판관들은 만장일치로 탄핵을 인용했고 특검은 박근혜를 구속 기소했으며 법원은 중형을 선고했다.

탄핵 사유는 윤석열이 훨씬 더 분명하다. 박근혜의 잘못은 국민 모르게 부정을 저지른 것이었다. 반면 윤석열은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위헌적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불법적 포고령을 발표했다. 무장한 군인들을 국회와 중앙선관위에 난입하게 했다. 친위 쿠데타가 실패로 끝난 뒤에도 야당을 비난하고 내란을 부정했다. 그런데도 특검이 언제 출범할지 알 수 없다. 헌법재판소가 9인 체제로 탄핵안을 정상 심사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압도적 다수 국민이 탄핵과 처벌을 원하는데도 윤석열 탄핵으로 가는 길은 울퉁불퉁하기 짝이 없다. 왜? 이유는 딱 하나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기관에 내란의 공범과 검찰독재의 협력자들이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8년 전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다. 내란 공범이 구속된 조직은 군과 경찰뿐이다. 국방부장관, 육군 참모총장, 특전사령관, 수방사령관, 방첩사령관, 정보사령관 등 윤석열과 반란을 사전 모의해 병력을 동원한 혐의가 있는 군 관계자들은 검찰이 구속했다. 경찰청장과 서울경찰청장 등은 공수처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구속했다.

군과 경찰은 국가의 물리적 강제력을 보유한 조직이다. 쿠데타를 하려면 군과 경찰을 동원해야 한다. 그래서 윤석열은 인사권으로 군과 경찰의 요직에 공범을 심었고, 그들을 시켜 국회와 선관위를 파괴하고 사법권을 장악하려 했다. 아직 적발되지 않은 내란 잔당이 난동을 벌일 위험은 있지만 윤석열이 당장 ‘제2의 내란’을 일으킬 가능성은 없다. 국회가 직무를 정지시켰고, 군과 경찰 수뇌부의 내란 공범이 거의 다 붙잡혔다. 그러나 윤석열 탄핵을 완성하고 내란을 완전히 종식하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다. 다른 권력기관의 검찰독재 협력자와 내란 공범들이 자기네가 저지른 악행과 범죄를 감추려고 탄핵의 완결을 저지하고 있다.

‘검찰독재 협력자’와 ‘내란 공범’은 죄질이 다르다. 내란 공범은 검찰독재 협력자의 ‘부분집합’이다. 내란 공범은 모두 검찰독재 협력자이지만 모든 검찰독재 협력자가 내란 공범인 것은 아니다. 권력기관에 잔류한 내란 공범은 결국 특검이 밝혀낼 것이다. 그러나 검찰독재 협력자는 수사를 할 필요가 없다. 누구인지 다 안다. 그들이 윤석열의 검찰독재에 협력한 목적은 두 가지다. 첫째,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이념을 실현하려고. 둘째,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려고. 검찰독재 협력자들은 둘 가운데 하나 또는 둘 모두를 위해 윤석열의 집권을 도왔고 윤석열의 권력 오남용을 감추었으며 윤석열의 모든 행위를 옹호했다. 그 대가로 더러는 자리를 받았고 더러는 이권을 챙겼으며 더러는 민원을 해결했다.

검찰독재 협력자는 네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장관들이다. 그들은 평소 윤석열의 권력 행사를 대행했다. 친위 쿠데타가 성공했으면 위헌 위법한 계엄 통치 명령을 군말 없이 수행했을 것이다. 둘째는 검사들이다. 극소수 정치검사와 다수의 선량한 검사를 나눌 근거는 없다. 검사들은 이재명을 비롯한 야당 정치인들을 제거하는 일에 앞장섬으로써 민주주의와 정치를 파괴했다. 김건희의 범죄 혐의를 무마해 법치주의를 무너뜨렸다. 정치검사들의 그런 행위를 비판한 검사는 말 그대로 극소수였다.

셋째는 국힘당 정치인과 당원들이다. 국힘당 국회의원들은 윤석열과 김건희의 범죄 혐의와 관련해 야당이 추진한 특검법을 모두 무산시켰다. 위헌 불법인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했고 윤석열 탄핵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내란 행위의 실체가 드러났는데도 윤석열을 비호하면서 한덕수더러 내란 특검법 공포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하라고 한다. 검찰독재 협력자 수준을 넘어 내란 공범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당원들은 전당대회를 할 때마다 윤석열이 간택한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많은 표를 주어 당 대표로 선출했다. 국힘당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위헌정당이다. 민주사회에 존재할 자격이 없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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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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