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째는 소위 레거시 미디어의 기자 또는 언론인들이다. 극소수 공영방송과 ‘기자들의 신문’을 제외한 모든 신문방송이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권에 도전한 윤석열의 검란(檢亂)을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라 칭송하고 검란의 주모자를 ‘공정과 정의의 화신’으로 추켜세웠다. 대통령 윤석열과 영부인 김건희의 기괴한 언행에 대한 폭로가 나오면 심층 취재와 후속보도를 하는 게 아니라 무시하거나 제보자를 공격했다. 윤석열이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한 민주당 정치인들을 시대착오적 선동가로 몰아세웠다. 하이에나처럼 조국 가족에게 달려들었던 그들이 이제는 ‘죽은 윤석열’을 물어뜯고 있다. ‘윤석열이 그 정도인 줄 몰랐다’는 변명은 이제 와서 하는 거짓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가 정책에 대해서 전적으로 무지하며 무속을 신봉하는 알코올 중독자라는 것은 국힘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부터 모를 수 없을 정도로 분명하게 드러났다. 전두환을 찬양하고,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으며, 남과 대화하지 못하는 무능력자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윤석열이 검찰 권력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고 한 행위에 동조하면서 ‘사법 리스크’라는 말로 검찰독재의 ‘사법 피해자’인 이재명을 비방했다. 윤석열의 빈자리에 자신들의 이익을 지켜줄 정치인을 끼워 넣을 목적으로 지금도 ‘이재명 악마화’하고 정치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망한다면 8할은 언론인 책임이라고 나는 믿는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탄핵 찬성 여론이 80퍼센트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국민은 불안하다. 한덕수가 헌법재판관을 추가 임명하지 않으면? 헌법재판관 여섯 가운데 하나라도 반대하면? 탄핵 결정이 지연되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져 경제가 더 어려워지면? 트럼프가 취임해 한국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 윤석열이 돌아와서 또 계엄령을 선포하면? 북한을 도발해 국지전을 터뜨리면? 국민 항쟁이 일어나 유혈 사태가 벌어지면? 그런 걱정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민주당이 이끄는 국회를 믿는다. 적어도 지금은 다른 대안이 없다. 그것이 윤석열의 내란을 완전히 종식하고 나라를 정상화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두 권력이 대립하는 ‘혁명적 정세’가 펼쳐지고 있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정통성 있는 권력인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었다. 그러나 윤석열의 권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제한적이지만 한덕수 총리와 국무위원들이 행정권을 대리 행사한다. 윤석열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내란 수사를 지휘한다. 검찰독재 협력자와 내란 공범들이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다는 말이다.
다른 하나의 정통성 있는 권력은 다행히 건재하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국회다.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국회를 이끈다. 국힘당의 방해를 받으면서도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권한을 최대한 행사한다.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회가 저마다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하고 있으니 혁명은 아니다. 하지만 분립된 두 권력이 충돌하고 있으니 ‘혁명적’인 정세임은 분명하다.
언론은 입을 닫고 있지만, 12.3 내란 이후 대한민국의 위기를 타개한 리더는 이재명이다. 그는 검찰독재의 사법적 공격과 김진성의 물리적 테러를 견뎌내고 민주당의 총선 압승을 이끌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시도를 감지하고 지속적으로 경고하면서 대비책을 세웠다. 야당 국회의원들을 결속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신속하게 의결함으로써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를 꺾었고 윤석열 탄핵안을 열흘만에 가결시켰다. ‘계엄의 밤’에 국회로 달려왔고 날마다 탄핵 촉구 집회를 이어갔던 시민들의 응원에 힘입었지만, 민주당의 실력과 이재명의 리더십 또한 인정해야 마땅하다. 민주당은 검찰독재 협력자와 내란 공범들이 장악한 한덕수 대행체제를 상대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받아내고 내란 특검을 출범시키는 데 필요한 일을 하나씩 해나갈 것이다.
오늘의 시점에서 보면 확고한 헌법적 정통성을 지닌 권력기관은 국회 하나뿐이다. 그 국회를 압도적 과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야당들과 연대해서 운영한다. 민주당 대표 이재명은 확고한 리더십으로 국회를 운영하고 있다. 국민들이 무엇을 불안하게 여기는지 알고, 그것을 해소할 전략과 전술을 찾으려고 아이디어를 모은다. 가장 큰 책임을 맡은 정치인으로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상황을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한다. 나는 불안감이 들면 민주당이 주도하는 야당연합이 내리는 결정을 살핀다. 상황이 시시각각 달라지고 만인이 저마다의 해법을 주장할 때, 어느 것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공동체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어떤 결정이든 내려야만 할 때, 그럴 때 나는 유능하다고 믿을 수 있는 정당과 리더의 판단을 따른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이 순간 믿을 수 있는 정당은 어디이며 리더는 누구인가. 민주당과 이재명이다. 민주당과 연대하는 정당들이다. 그들이 실패하면 대한민국은 몰락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민주당이 한덕수에게 24일까지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공포하라고 요구했다. 거부할 경우 어떻게 할지는 모른다. 국무총리를 탄핵하든 다른 조처를 하든, 나는 민주당이 하는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하려고 한다. 획득한 모든 정보를 토대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을 모두 검토한 끝에 내린 최선의 결론이라고 받아들이겠다는 뜻이다. 멀리서 공개된 정보만으로 판단하는 비평가보다는 이재명과 민주당 지도부가 더 나은 결정을 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내가 찾은, ‘윤석열의 내란을 끝내는 현명한 방법’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