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야당이 예산을 삭감해서 국정 운영이 어렵다고 불평한 부분 역시, 알고 보면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우선, 나라 예산 자체가 불필요하게 가속 급증해 2025년엔 670조 원 규모다. 2010년만 해도 290조대이던 것이 2011년 300조를 넘었고 2017년엔 400조를, 2020년엔 500조를, 2022년엔 600조를 넘어섰다. 동시에 국가부채는 2011년 420조, 2017년 660조, 2020년 840조, 2021년 970조, 2022년 1067조, 2023년 1126조로 급증했다. 나라 살림은 한마디로 ‘적자투성이’, 대한민국은 ‘부채 공화국’이다. ‘뇌란’이 없는 ‘정상’이라면, 잘못된 예산은 과감히 없애고 ‘민생과 나라 발전’에 필수적인 것만 적절히 편성해야 한다. 이게 나라 경영에 있어 책임성 있는 태도다.
셋째, ‘부정선거’가 그토록 의심스럽다면, 사전투표부터 검표에 이르기까지 보다 투명하게 보다 민주적으로 시행할 방법을 여야가 협의해 찾으면 된다. ‘비상계엄’까지 선포하며 또 선관위 직원들 30여 명을 케이블타이로 묶고 두건을 씌워 지하 벙커에 감금하고 야구방망이로 위협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
나아가 ‘뇌란’이 없이 정상 상태의 고민을 한다면 중앙집권식, 제왕적 대통령제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고백함이 마땅하다. 그리하여 진정 지방분권적이고 자율적인 민주공화국을 만들려 한다면 비록 장기적 과제이긴 하나 ‘전국이장연합회’가 나라 전반을 운영하는 식이어야 한다. 마을 이장이나 통장들은 주민들이 직접 투표로 선출할 수도 있고 (만약 거짓말을 하거나 ‘뇌란’이 발생하면) 아주 간단히 주민 소환으로 끌어내릴 수 있다. 이것이 과정으로서의 민주주의, 민초들이 스스로 권력(‘민중의 힘’)을 행사한다는 의미로서의 민주주의에 오히려 걸맞다. 이장이나 통장 정도의 선출 과정에서는 (공천을 위한 뭉칫돈이 오가는) 부정부패도, VIP1~2의 전화나 명태균 식 여론 조작도 모두 불필요하다.
곰곰 생각해 보면, 1894년 동학농민전쟁 이후 대한민국은 아직도 민주주의가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조선 이후 일제와 미군정, 그리고 그 뒤 70~80년 대한민국 역사에서 늘 ‘강자동일시’ 심리로 센 놈에 빌붙은 기득권층이 권력을 독점하고 대다수 민중 위에 군림해 왔다. 그 사이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강국이라 할 정도로 급성장했으나 여전히 내실은 없다. 민주주의도 수시로 ‘퇴행’을 반복하고(상대적으로 나은 민주당 정권 역시 예외 아님), 사회경제 불평등은 심화하며, 그 사이 노동소외, 자연 생태계 훼손, 기후위기 등이 심화한다.
최근 검찰 발표(12월 27일 김용현 전 국방장관 구속기소)에 따르더라도 윤석열은 2024년 3월부터 유난히 “나라 정상화를 위해 비상대권이 필요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검찰 발표에서조차 선관위 서버 압수수색 당시 검찰과 국정원이 관여되었다는 방첩사 발 의혹에 대해선 아무 말도 없었다! 향후 이를 파헤쳐야 한다.) 비상대권이란 국가의 비상사태 시 비상조치(예: 계엄)를 취할 수 있는 대통령의 권한이다. 그러나 여소야대 정국이나 야당이 추구하는 민주주의는 결코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었다. 오히려 사태의 진실은 윤석열과 김건희 등이 ‘국정을 맘대로 주무를 수 없는 상황’ 속에 있었다. ‘2025년 통일 대통령 김건희’ 같은, 망상에 불과한 목표를 세워 놓고, 그걸 맘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을 ‘국가 비상사태’라 인식하는 행태는 ‘뇌란’(중독행위) 아니면 설명할 길이 없다.
따라서 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뇌란’의 병을 앓는 자들은 서둘러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황교안과 윤석열을 통해 드러난, 스스로 저지른 부정부패를 남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정치적 투사’ 행위도 근절해야 한다. 원래 심리학에서 투사(projection)란 자신의 결함, 감정, 태도를 타자에 전가하는 행위다. 지금까지 드러난 윤석열 식 중독 시스템의 ‘정치적 투사’들은 “선거부정” 외에 “반국가세력”, “자유민주주의 훼손”, “불법 자행”, “전쟁(남침) 조작” 등이다.
따라서 ‘나라 정상화’를 위해선 내란 수괴와 주요임무종사자 등만 아니라, ‘뇌란당’인 국힘당도 해체해야 한다. 물론, ‘헤쳐 모여’ 하며 간판만 바꿔 다는 걸 용납해서도 안 된다.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를 바로 세워 삶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경제, 사회문화, 교육종교 등 각 분야에서 ‘읍참마속’의 사회적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 맥락에서 황교안에게 반사(mirroring)한다. “대한민국이 어느덧 가짜들이 판치는 세상이 됐다. 부정선거와 내란은 팩트다. 죄는 이미 저질러졌고, 범죄자는 처단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생동하는 과정이니, 벌거벗은 임금에게 벌거벗었다고 말할 ‘용기’가 절실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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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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