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했던 계엄 때문에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시민들과 국회의 신속하고도 용기 있는 대응 덕분에 계엄 자체는 무산이 됐지만, 그 뒤처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 계엄의 최고 책임자가 “끝까지 싸우겠다”고 공언한데 이어 그에 동조하는 집단의 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그 동안 공을 들였던 바이든 미 행정부를 ‘동아줄’로 붙잡고 있다. 그러나 그 동아줄은 1월 20일로 소멸된다. 바로 그것 때문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위태롭다.
잘 알려진 것과 같이 윤석열 정부는 바이든 정부에 ‘올인’ 하다시피 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관련된 문제들을 반헌법적 불법적으로 처리하여 미국 관리들을 기쁘게 했고, 백악관 만찬에서는 ‘아메리칸 파이’까지 열창하며 바이든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 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계엄 선포는 바이든 정부와의 관계에도 난기류를 초래하고 말았다.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은 바로 그 다음날 아스펜 전략포럼에서 이를 “형편없는 오판” “심각한 불법”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계엄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계엄이라는 행위 자체가 바이든 정부가 내세웠던 민주주의적 가치와 상충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계엄과 관련해 미국 정부에 아무런 사전 통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계엄 선포 당일에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송별 오찬을 했지만 아무런 언질을 받지 못했다. 심지어 윤석열의 계엄 선포 후 골드버그 대사가 전화를 했지만 조태열 장관이 이를 받지 않기도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도 통화가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석열 정부가 스스로 바이든 정부와의 관계에 난기류를 초래했던 것이다.
물론 계엄이 해제된 이후 골드버그 대사가 한덕수 국무총리 및 조태열 장관과 만나기는 했지만, 불편한 기류는 계속 이어졌다. 이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은 12월 12일 네 번째 대국민담화에서 탄핵이든 수사이든 “당당하게 맞서겠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담화 몇 시간 후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는 “한국의 현 상황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났다. 골드버그 대사는 우원식 국회의장과의 회담에서 둘이 “한미동맹이 강력하고 지속적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발표했다. 국회가 비상계엄에 대한 해제 요구안을 가결한 4일에도 골드버그 대사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전화로 통화, “한국의 민주적 절차를 굳건히 지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적어도 대사관 차원에서는, 계엄으로 반민주적 집단임을 자인한 윤석열 정부와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물러서지 않았다.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마자 윤석열 대통령이 제5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자신은 임기 중 “한미일 공조를 복원”했다고 강조하며 “미래를 향한 여정은 결코 멈춰 서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자신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며 공직자들에게 “흔들림 없이 각자의 위치를 지키며 맡은 바 소임을 다해 주시길 바랍니다”며 지시를 내리듯 행동했다. 자신이 복원한 ‘한미일 공조’가 멈춰 서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라는 강력한 지시였다.
그 지시에 부응하듯, 김홍균 외교부 제1차관이 23일 미국을 방문했다. 계엄에 대해 가장 거칠게 비판했던 커드 캠벨 국무부 부장관을 만났다. 그리고 캠벨 부장관은 계엄 세력이 간절히 원하던 발언으로 화답했다. 그는 24일 워싱턴DC의 국무부에서 진행된 회담의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동맹에 대한 이와 같은 전문성과 헌신을 평가한다”고 말하며, 현 정부에 대한 신뢰를 표명했다. 또 김 차관과 캠벨 부장관은 회담에서 양국간 향후 고위급 교류 일정을 협의했으며 주요 외교·외교 안보 일정을 가능한 신속하고 상호 편리한 시점에 개최키로 했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이후 연기됐던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 재개에 합의하며 동맹관계의 복원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후 ‘윤석열 정부’의 반격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6일 오전 김용현 전 장관 변호인단의 기자회견이 신호탄이었다. 그는 내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오히려 국무위원 탄핵과 정부 예산 삭감을 일삼은 야당이 문제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같은 날 오후 한덕수 총리는 마치 권한대행이 의회 위에 존재하는 권력인양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임명을 거부했다. 그 다음날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야당 의원을 지금 국민들이 신뢰한다고 생각하냐’며 적반하장격으로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윤 정부’의 이러한 행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김태효 안보1차장을 핵심으로 한 외교안보팀은 그 동안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 외교를 펼친 것이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충성을 바치는 외교를 구사했기 때문이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태도였다.<계속>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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