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신문사의 몇몇 기자들이 대통령 권한대행 최상목을 띄우고 있다.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셋 가운데 둘만 임명한 것을 ‘묘수’라고 하면서 호들갑을 떠는가 하면,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과 금감원장 이복현의 최상목 지지 발언을 앞 다투어 보도했다. 최상목이 무슨 초능력이라도 있어서 한국 경제를 위기에서 구해낼 것만 같다. 과연 그렇게 기대해도 좋을 사람인가? 궁금해서 그가 어떻게 살아왔고 공직자로서 어떤 일을 했는지 살펴보았다.
최상목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한 가장 중요한 일은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이다. 왜 임명했을까? 살아남기 위해서다. 달리 해석할 수 없다. 헌법재판관 임명을 전면 거부했다면 야당이 즉각 탄핵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한덕수처럼 직무를 정지당하고 내란 피의자로 경찰 국가수사본부의 출석 요구를 받았을 게 뻔하다. 왜 둘만 임명했을까. 윤석열을 포함한 내란 공범들과 절연하지 않기 위해서다. 최상목은 내란범들을 보호하면서도 탄핵을 피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조처를 했다. 그런 점에서 목적 합리성 있는 선택이었다.
최상목은 평생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목표로 살았다. 그런 사람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어 ‘대통령 놀이’를 해볼 기회를 포기하지 않는다. 되도록 오래 즐기려고 한다. 그래서 대행의 권한으로 내란 진압을 방해하는 것이다. 근거 없는 험담이라고? 그렇지 않다. 그의 이력과 계엄령 선포 전후의 행동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 “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는 상황을 이주호 체제가 넘길 수 있겠는가.” 어느 신문은 익명의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최상목이 권한대행 자리를 지킨 이유를 설명했다. 애국심과 책임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상목이 정말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이 된 후의 언행을 보면 사실로 믿어도 될 듯하다. 최상목이 유능한 경제전문가라는 말이 아니다. 최상목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는 뜻이다.
제주항공 사고 현장에 간 것은 워낙 큰 참사였으니 당연히 그래야 할 일이었다고 하자. 하지만 그것 말고는 다 이상했다. 왜 가는지 모를 곳에 가서 왜 하는지 모를 말을 했고 왜 그러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했다. 해병 부대를 방문해서 모양새도 나지 않는 거수경례 사진을 남겼다. 흔해 빠진 ‘대통령 놀이’다. 미국 대사와 주한미군 사령관을 만나 한미동맹 노래를 부른 것도, 경제계와 중소기업인 신년하례회에 가서 위기 극복을 위한 단결을 호소한 것도 다 그런 놀이였다. 소위 'F4 회의(거시경제‧금융간담회)'를 매주 하겠다고 호언한 것도 마찬가지다. 원래 하던 회의 아닌가. 내수를 촉진하고 환율을 안정시킬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자주 회의를 하겠노라고 말한다고 해서 경제가 좋아질 리는 만무하다.
최상목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일로 소일한다. 꼭 해야 할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지금 시점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 윤석열의 내란이 야기한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최상목은 그 과제를 수행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을 거부하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은 한다.
왜 그럴까? 과거에 했던 일과 살아온 과정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최상목은 전두환 정권 시절 서울대 사법학과 재학 중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독자라는 이유로 ‘이병 전역’했다. 군 복무를 사실상 면제받은 것이다. 재무부 사무관으로 근무하면서 두 차례 국가의 지원을 받아 해외에서 공부했다. 아일랜드 더블린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코넬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김진표 재정경제부 장관 비서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정책보좌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을 거쳐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 경제금융비서관과 기획재정부 1차관까지 직업공무원으로서 차근차근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공직자로서 큰 위기를 맞았지만 잘 이겨냈다. 청와대 금융경제비서관 시절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되었던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청와대에서 여러 차례 미르재단 설립 회의를 열었다.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렇지만 어떻게 했는지 기소를 피했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공직을 떠났다. 몇몇 금융투자회사의 사외이사와 농협대학교 총장 등 주목받지 않는 자리에서 머물다가 2022년 3월 윤석열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로 공직 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용산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을 거쳐 현재 내란공범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국힘당 원내대표 추경호의 후임 경제부총리가 되었다. 최상목은 경제수석 시절 탈중국 노선을 공개 표명해 대규모 무역 적자 사태를 불러들였다. 법인세 인하 등 부자감세 정책으로 사상 초유의 대규모 세수 결손을 자초했다. 경제부총리가 되어 자신이 경제수석으로서 만들었던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책임자가 누구인가 묻는다면 첫 번째로 나올 이름이 바로 최상목이다.<계속>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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