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은 코넬 대학교에서 ‘경제정책이 소규모 개방경제의 인플레이션, 금융시장, 자본형성에 미친 영향’을 주제로 학위논문을 썼다. ‘소규모 개방경제’라, 많이 듣던 말 아닌가. 그렇다. 한국이 바로 성공한 ‘소규모 개방경제’의 대표 사례다. 미국 유학생들이 흔히 그러하듯, 최상목도 이런저런 분석모델에 한국경제 데이터를 넣은 계량경제학 논문으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논문을 썼을 때나 지금이나, 최상목은 거시경제정책에 대해서 별로 아는 바가 없다. 윤석열이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수십 년 검사를 했는데도 헌법과 계엄법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 거시경제정책의 기본을 아는 사람이라면 ‘시장주의 광신자 밀턴 프리드먼의 광신도’인 윤석열의 경제정책 참모로 일했을 리 없다. 재정학의 기초를 아는 사람이라면 부자 감세로 천문학적 세수 펑크를 내거나, 한국은행 마이너스 통장을 써서 회계를 분식하거나, 외평채 기금을 끌어다 재정적자를 메우거나, 국가연구개발 예산을 마구잡이 난도질하지 않는다.
최상목은 자리를 주기만 하면 누구한테나 충성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모피아’의 전형이다. 정책에는 무능하지만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데는 유능하다. 그런 사람이 이주호 교육부총리한테 국가의 운명을 맡길 수 없어서 헌법재판관을 둘만 임명하는 편법으로 권한대행 자리를 지켰다고 하니, 실로 우스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주호가 최상목보다 낫다는 게 아니다. 최상목이 이주호보다 유능하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말이다. 최상목이 국가 위기 극복에 기여하는 방법은 하나뿐이다. 신속하게 내란을 진압하고 새 정부가 출범하게 함으로써 경제를 포함해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위협하는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 일은 누가 권한대행이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경제학 박사일 필요는 전혀 없다. 헌법 조문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독해력과 법치주의 원칙을 지키려는 소신만 있으면 충분하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구나 안다.
첫째,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즉시 임명하라. 우원식 국회의장이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마은혁 판사가 이미 헌법재판관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함께 제출했다. 무엇을 위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허비한단 말인가.
둘째,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지 말라고 대통령 경호처에 지시하라. 경호처장을 비롯해 1월 3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적으로 막은 책임자들을 해임하라. 내란을 모의하고 실행하는 데 가담한 혐의가 분명한 고위 공직자들을 면직하라. 최상목이 수방사와 경찰청에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호 인력을 추가 파견하라고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야당은 최상목 탄핵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내란의 공범이라는 유력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셋째, ‘대통령 놀이’를 그만두라. 최상목이 용산 대통령실의 방탄차를 요구했다든가,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고위직 공무원 인사를 하려 한다는 소문이 돈다. 그런 짓을 계속하면 윤석열과 함께 역사의 심판대가 아니라 현실의 법정에 던져질 것이다.
최상목이 내란의 공범인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나는 그가 공범일 수 있다고 본다. 명확한 증거가 있어서가 아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내란 수괴 윤석열과 주요 임무 종사자들을 보호하고 있으니 그렇게 추정하는 것이다.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최상목한테 국회 운영비를 끊고 비상입법기구 운영을 위한 예비비를 장만하라고 지시했다. 그런 지시를 담은 ‘A4 종이’를 주었다. 그런데 그것을 읽지도 않고 접어서 가지고 있다가 차관보한테 맡겼단다. 최상목 자신도 사람들이 믿어 주리라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최상목에게 윤석열이 그 종이에 적은 지시가 무엇이었는지 여러 차례 물었다. 그는 모른다고 딱 잡아뗐다. 나중에 ‘예비비’라는 말은 하긴 했지만 무엇을 위한 예비비인지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비상입법기구 운영을 위한 예비비 마련 지시는 내란죄의 유력한 증거가 된다. 최상목과 차관보는 입을 맞추어 그 사실을 숨겼다. 최상목은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의결하기 전에 소위 ‘F4 회동’을 했고 재정경제부 간부들을 불러 회의를 열었다. 그 회의에서 무슨 말을 했으며 어떤 지시를 했는지 머지않아 밝혀질 것이다.
윤석열은 전두환처럼 불법으로 국회를 해산하고 비상입법기구를 만들려 했다. 나는 최상목이 윤석열의 지시를 이행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의심한다. 하지만 국회가 그를 즉각 탄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란에 동조했든 그렇지 않든, 윤석열을 구속하고 내란의 진상을 속속들이 밝히며 헌법재판소가 신속하게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게 하는 데 기여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새 정부가 출범하게 하도록 필요한 일을 제때 한다면 굳이 탄핵할 필요가 없다.
민심은 중력과 같다. 잠시 버틸 수는 있을지 몰라도 오래 견디지는 못한다. 윤석열은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려고 공무원과 군인들을 사병(私兵)처럼 부렸다. 경호처는 관저 진입로를 차량으로 막고 주변 숲에 철조망을 깔았다. 마치 농성하는 무장 테러집단처럼 공권력에 맞서고 있다. 그러나 경호처의 관저 농성은 오래가지 못한다.<계속>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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