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즉시 임명하라. 우원식 국회의장이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마은혁 판사가 이미 헌법재판관 지위에 있음을 확인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함께 제출했다. 무엇을 위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시간을 허비한단 말인가.
둘째,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지 말라고 대통령 경호처에 지시하라. 경호처장을 비롯해 1월 3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적으로 막은 책임자들을 해임하라. 내란을 모의하고 실행하는 데 가담한 혐의가 분명한 고위 공직자들을 면직하라. 최상목이 수방사와 경찰청에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호 인력을 추가 파견하라고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만약 사실이라면 야당은 최상목 탄핵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내란의 공범이라는 유력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셋째, ‘대통령 놀이’를 그만두라. 최상목이 용산 대통령실의 방탄차를 요구했다든가,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고위직 공무원 인사를 하려 한다는 소문이 돈다. 그런 짓을 계속하면 윤석열과 함께 역사의 심판대가 아니라 현실의 법정에 던져질 것이다.
최상목이 내란의 공범인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나는 그가 공범일 수 있다고 본다. 명확한 증거가 있어서가 아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내란 수괴 윤석열과 주요 임무 종사자들을 보호하고 있으니 그렇게 추정하는 것이다.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최상목한테 국회 운영비를 끊고 비상입법기구 운영을 위한 예비비를 장만하라고 지시했다. 그런 지시를 담은 ‘A4 종이’를 주었다. 그런데 그것을 읽지도 않고 접어서 가지고 있다가 차관보한테 맡겼단다. 최상목 자신도 사람들이 믿어 주리라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최상목에게 윤석열이 그 종이에 적은 지시가 무엇이었는지 여러 차례 물었다. 그는 모른다고 딱 잡아뗐다. 나중에 ‘예비비’라는 말은 하긴 했지만 무엇을 위한 예비비인지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 비상입법기구 운영을 위한 예비비 마련 지시는 내란죄의 유력한 증거가 된다. 최상목과 차관보는 입을 맞추어 그 사실을 숨겼다. 최상목은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의결하기 전에 소위 ‘F4 회동’을 했고 재정경제부 간부들을 불러 회의를 열었다. 그 회의에서 무슨 말을 했으며 어떤 지시를 했는지 머지않아 밝혀질 것이다.
윤석열은 전두환처럼 불법으로 국회를 해산하고 비상입법기구를 만들려 했다. 나는 최상목이 윤석열의 지시를 이행하려고 하지 않았는지 의심한다. 하지만 국회가 그를 즉각 탄핵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란에 동조했든 그렇지 않든, 윤석열을 구속하고 내란의 진상을 속속들이 밝히며 헌법재판소가 신속하게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리게 하는 데 기여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새 정부가 출범하게 하도록 필요한 일을 제때 한다면 굳이 탄핵할 필요가 없다. 민심은 중력과 같다. 잠시 버틸 수는 있을지 몰라도 오래 견디지는 못한다. 윤석열은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려고 공무원과 군인들을 사병(私兵)처럼 부렸다. 경호처는 관저 진입로를 차량으로 막고 주변 숲에 철조망을 깔았다. 마치 농성하는 무장 테러집단처럼 공권력에 맞서고 있다. 그러나 경호처의 관저 농성은 오래가지 못한다.
윤석열은 1월 3일 ‘관저 전투’의 승리를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길을 걷고 있다.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체포영장 집행을 막았으니 법원의 내란 혐의 구속영장 발부 확률은 크게 높아졌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할 확률은 0퍼센트 가까운 수준으로 낮아졌다. 윤석열은 서울구치소에서 헌재의 파면 결정 소식을 듣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한다. 최상목이 어떻게 하든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내란 진압에 조금 더 시간이 걸리고 불필요한 우여곡절을 더 겪을 뿐이다. 최상목은 어떤 경우에도 내란 진압에 협조하는 게 최선이다. 내란의 공범인지 여부는 그 자신이 제일 잘 안다. 공범이 아니라면 그 무엇도 망설일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윤석열의 난동을 방치하는 것을 보면 어딘가 찔리는 데가 있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도 눈을 질끈 감고 윤석열 체포에 협력하는 게 합리적이다. 나라의 혼란을 종식하는 데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야 처벌의 무게를 줄일 수 있다.
최상목에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그는 같은 ‘좌파언론’의 기사와 칼럼을 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신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예 모를 가능성이 높다. 설혹 읽는다고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계속 내란 수괴를 감싸면서 대통령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낼 것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다. 자리는 그 사람을 보여줄 뿐이다. 내가 최상목을 잘못 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런 것 같지가 않다.<끝>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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