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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의 전당' 더럽힌 국회의원 김민전 제명하라

강민정 / 전 국회의원
헌법 준수와 국가보위를 선서한 대통령이 헌법 위반 혐의로 탄핵심판에 회부되어 있다. 헌법수호와 국가보위는커녕 내란과 외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를 뽑아준 유권자뿐 아니라 국민 전체에 대한 배신이다. 헌법 준수와 국민의 자유·복리 증진을 선서한 국회의원이, 내전 운운하며 백골단을 자처한 이들을 국회 소통관에 세우고 ‘젊은이들의 정당한 분노’로 추켜세우며 직접 소개했다. 국회 모독이며, 폭력 선동이고, 역사의식 부재의 셀프 폭로다.

세상에 다양한 형식의 기자회견이 있지만 국회 기자회견장에서의 회견은 특별히 높은 수준의 공적 책임을 요구받는다. 그래서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신청하고 발언하거나 직접 참석해 소개하는 형식으로만 가능하다. 의원 배지를, 권한을 누리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책임에 대한 인식 없이 달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찌 감히 군사독재 시절 폭압통치의 상징 같았던 백골단을 국회 기자회견장에 세울 생각을 한단 말인가.

더구나 김민전 의원은 서슬 퍼렇던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대학생활을 한 사람이다. 그 시절 백골단은 그저 단순 시위진압을 하던 조직이 아니었다. 군사독재를 반대하고 그에 저항하던 수많은 사람들을 폭행하고 죽이는 일까지 서슴없이 자행한 독재정권 최말단 폭력조직이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곳곳에 괴기스럽고 엽기적인 일들 투성이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건 아니다. 이런 사람이 학생들에게 다른 것도 아닌 정치를 가르쳤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국회가 대의기관으로서 다양한 국민 요구와 생각을 대변하는 곳이지만 반 헌법적 요구까지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폭행범이나 마약사범을 두둔할 수 없는 것 그 이상으로 폭력을 앞세워 민주주의를 말살했던 독재 옹호와 관련된 그 어떤 것도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허용될 수 없다. 계엄으로 독재 회귀를 시도했던 윤석열에 대해 탄핵 절차를 밟고 있는 것도 그 때문 아닌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헌법정신을 위배한다면 그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마땅하다.

더 큰 문제가 있다. 백골단을 자임하는 이들을 국회 기자회견장에 세운 김민전 의원이 국회 교육상임위 위원이라는 사실이다. 교육상임위원회는 자라나는 학생들과 관련된 정책이나 예산, 법률을 다룬다. 정당과 정파를 떠나 교육위 위원들은 모두 ‘교육적 관점’과 ‘아이들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상임위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다. 정치학자로 정치를 오염시킨 이가 교육상임위 위원으로 교육을 얼마나 또 왜곡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12.3계엄 이후 지속되는 내란 상황에서 연일 전국적 탄핵 촉구 시민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부모 손을 잡고 나온 학생, 청소년들은 물론 집회 연단에 직접 올라 발언하는 초·중등학생들도 적지 않다. 그들은 어른들이 부끄러울 정도로 사태의 본질을 꿰뚫는 생각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윤석열과 그를 엄호하는 세력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내란 상황 장기화는 오히려 수많은 미래 유권자들을 정치적으로 각성시키고 학습하도록 만든다. 정치적 문제들에 관심이 높아진 청소년들이 각종 매체를 통해, 국회 교육상임위 위원인 국회의원이 자칭 백골단과 나란히 기자회견 하는 것을 볼 확률이 높아졌다. 그 장면을 보고 혼란을 느낄 아이들도 있지만 국회에 대한 불신을 키울 아이들도 많다. 나아가 그런 국회의원이 속한 교육상임위가 만드는 법과 정책에 대한 냉소와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김민전 의원은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 몸소 국회 불신을 학습시키는 교재가 되었다.

계엄군에 이어 백골단에 더럽혀진 국회, 방치해선 안 된다. 김민전 의원은 비판이 거세지자 기자회견 사후 서둘러 철회 입장을 밝혔다. 본인이 나선 기자회견이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면 정식으로 사과를 하는 게 맞지 ‘철회’는 또 뭔가. 이미 할 말 다한 기자회견 내용과 영상을 거둬들이지도 않고 철회가 되나. 그는 오로지 윤석열 탄핵 반대 세력을 ‘불편하게’ 해 공들여 얻은 지지가 철회될 것이 두려웠던 듯하다. 몇 시간 전 자신이 그렇게 치켜세웠던 이들과 잽싸게 손절하는 모습조차 참으로 비루하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게서 그 자격을 박탈하는 수단으로 탄핵제도를 마련해 놓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회의원에게서 그 자격을 박탈하는 국회의원 소환제도 같은 제도적 수단을 마련하고 있지 못하다. 김민전 의원의 반헌법적이며 반교육적이기도 한 행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22대 국회는 민의의 전당이자 헌법기관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김민전 의원 제명에 나서라. 계엄군에게 침탈됐던 국회가 또 한 번 백골단으로 더럽혀지는 것을 방치할 순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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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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