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9일 새벽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 윤석열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윤석열은 영장실질심사에서 비상계엄 선포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윤석열의 친구이자 변호사인 석동현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를 ‘반헌법‧반법치주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계엄령 선포를 옹호하는 윤석열 지지자들은 경찰을 공격하고 서울서부지법 청사를 파괴했다. 내란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제정을 한사코 반대하면서 윤석열을 보호해 왔던 국힘당 원내대표 권성동은 과잉진압이 서부지법 폭동을 촉발했다고 경찰 탓을 했다. 탄핵소추 피청구인 윤석열의 법률대리인은, 헌법재판관은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 여부를 심사할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도대체 왜들 이러는 걸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 그런지, 어떤 이들은 그냥 ‘미쳤다’고 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들은 미치지 않았다. 나름의 상황 인식을 토대로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일을 한다. ‘미쳤다’고 하기 전에 그들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들어보라. 내 진단에 공감할 것이다. 다음은 윤석열이 담화문이나 서신에서 내놓은 말이다. ‘의미 있다’고 판단한 문장만 추렸다. 원문 그대로가 아니라 발췌 요약했음을 밝혀둔다. 윤석열의 말과 글은 워낙 두서가 없어 그래야만 했다. 취지는 하나도 바꾸지 않았다.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된 국회는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고 한다. 대한민국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는 종북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령 선포 제1차 담화)
“지난 6월 중국인 3명이 부산에서 드론으로 미국 항공모함을 촬영하다 적발되었다. 지난달 10일에는 40대 중국인이 드론으로 국정원을 촬영하다 붙잡혔다. 외국인의 간첩행위를 처벌하려고 형법의 간첩죄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 야당이 가로막았다. 국정원이 선거관리위원회 시스템의 일부만 점검했는데도 상황이 심각했다. 해커가 얼마든지 데이터를 조작할 수 있었고 방화벽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선거 관리 전산시스템이 엉터리인데 국민이 어떻게 선거 결과를 믿을 수 있겠는가. 선관위는 판사들이 위원으로 있어서 압수수색이나 강제수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계엄을 선포해 국방장관더러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라고 했다.”(2024년 12월 12일, 비상계엄 관련 제4차 담화)
“나라의 법이 모두 무너졌다. 수사기관과 법원이 불법을 저지른다. 불법 무효인 영장으로 강압적 체포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개탄스럽지만 유혈사태를 막으려고 공수처에 출석하기로 결심했다. 현실은 어둡지만 청년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깨닫고 열정을 보이고 있으니 나라의 미래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2025년 1월 15일, 체포 직전 공개한 영상)
“전체주의 국가는 주변국을 지배하거나 영향력 아래 두려 한다. 국내 정치세력이 이러한 외부의 주권 침탈 세력과 손잡으면 정치권력을 획득하는 데 유리하지만 우리의 국익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 국가기밀 정보와 산업기술 정보, 원전 같은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내주게 되고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를 무너뜨려 외교적 고립을 자초한다. 이것은 명백한 반국가행위다. 이런 세력은 집권 여당일 때뿐 아니라 국회 다수 의석을 가진 거대 야당인 경우에도 반국가행위를 계속한다. 국회 독재로 입법과 예산을 봉쇄해 국정을 마비시킨다. 견제 차원을 넘어 국익을 해치고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반국가행위를 밀어붙인다. 이것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유권자의 눈치를 봐야 한다면 패악을 계속하기 어렵겠지만 선거를 조작해 국회 의석을 마음대로 차지하고 행정권을 접수할 수 있다면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는가.”(2025년 1월 15일, 자필 편지)
이런 말들이 논리적으로 타당해서 ‘의미 있다’고 한 게 아니다. 윤석열이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사법 절차를 거부하는지, 국힘당 계열의 정치인‧변호사‧종교인‧언론인‧유튜버들이 왜 윤석열의 행위를 옹호하면서 법원을 폭력으로 공격하기에 이르렀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에 ‘의미 있다’고 했다. 무게를 잡으려는 심리 때문인지 대통령 윤석열은 검찰총장 시절과 달리 이야기를 에둘러 하는 때가 많았다. 그럴 때는 ‘통역’이 필요하다. 위에서 소개한 문장들을 종합해서 그가 국민에게 말하려고 했던 바를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표현해 보겠다. 이런 주장이다.
“민주당은 중국 공산당과 손잡고 대한민국을 파괴하고 있다. 선관위 전산시스템을 조작하는 부정선거로 의회권력을 장악했다. 국회 다수 의석의 힘으로 장관과 검사와 감사원장 등 고위 공직자들을 탄핵하고 정부예산을 난도질해 국가 운영을 마비시켰다. 나는 북한을 추종하는 반국가세력 민주당을 일거에 척결하려고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을 가동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하지만 범죄자들이 장악한 국회를 제압하지 못해서 헌법에 따라 계엄을 해제했다.<계속>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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