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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우파’라는 이름의 ‘망상 공동체’(3)

유시민 / 작가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 시위와 태극기 세력이 충돌한다. 촛불시위는 윤석열 탄핵, 주한미군 철수, 평화협정·종전협정, 연방제 통일을 외치고 태극기 세력은 문재인·이재명 구속, 한미동맹 강화, 주사파 척결, 자유 통일을 주장한다. 북한 간첩들이 경찰복과 군복으로 위장하고 빌딩에 올라가 촛불시위대를 저격한다. 이성을 잃은 촛불 시위대는 총을 빼앗아 경찰을 공격한다. 북한이 전국에 구축해 둔 지하 조직이 좌익 성향 국민을 선동해 전국 동시 무장봉기를 일으키고 국내에 들어와 있는 중국인과 조선족 백만 명이 가세한다. 그들은 파출소와 무기고를 습격해 무장하고 내전을 일으킨다. 북한 특수부대가 걷잡을 수 없이 혼란해진 대한민국을 침략한다. 좌경화된 국민은 김정은을 환영해 연방제 통일을 이룬다. 1946년 대구 폭동에서 시작해 제주 4.3, 여순반란, 5.18광주로 이어진 북한의 공작을 완성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다음 자유 시민 천만 명을 학살한다. 천만 명은 보트 피플이 되어 일본으로 탈출한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라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되어 정권교체를 이루지 않았으면 벌써 일어났을 일이다. 일본 국회는 이런 사태를 예상하고 난민 대책을 논의했다. 대한민국 국민만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

이것이 가상현실이 아니라 실제상황이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비상계엄을 선포해서라도 촛불 세력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1년 전 이재명 대표의 목을 찔렀던 김진성이 그런 사람이었다. 윤석열도 그런 사람이다. 언론의 펜으로 죽이지 못했고 김진성의 칼로 죽이지 못했으며 한동훈의 법으로도 죽이지 못했던 이재명과 민주당을 제거하려고 윤석열은 특전사와 HID의 무장 병력을 동원했다.
민주당이 부정선거로 다수의석을 차지한 국회를 해산하고 선관위를 장악하려고 했다. 칼을 뽑은 김에 한동훈과 일부 판사들까지 해치우려 했다. 윤석열과 똑같은 망상을 가진 사람들은 온오프라인에서 교신하고 협력하면서 스스로를 ‘자유 우파’라고 한다.

전광훈이 ‘자유 우파의 5대 유튜브’라고 한 고성국TV‧전광훈TV‧이봉규TV‧신의한수‧펜앤드마이크TV의 구독자는 최소 20만 최대 160만, 최근 업로드한 동영상의 첫 24시간 재생회수는 최소 10만 최대 100만 회 정도다. ‘대한민국 멸망 시나리오’라는 가상현실을 전파하는 미디어는 그밖에도 많다. 성창경TV나 배승희변호사 등 널리 알려진 유튜브 방송은 구독자가 백만이 넘으며 유명하지 않은 유튜브 방송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들이 ‘자유 우파라는 망상공동체’의 1선 공격수다. 2선에는 같은 극우성향 인터넷 언론이 있다. ‘망상 공동체’의 바깥 경계 완충지대에는 를 비롯해 ‘레거시 언론’이라고 콧대를 세우는 보수 언론이 자리 잡고 있다.

이것이 윤석열 정권을 세우고 지켰던 미디어 생태계다. 그런데 윤석열이 그 생태계를 혼돈에 빠뜨렸다. 극우 유튜버들은 윤석열의 내란을 공개 찬양하면서 후원금을 모으고 광고 수입을 불리는 데 혈안이 되었다. 극우 인터넷 언론은 여전히 후방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발 하나를 뺐다. 보수 언론은 ‘중립’과 ‘균형’을 내세워 내란세력과 야당 모두에게 동등한 발언권을 제공하면서 생존을 도모하는 중이다. 그들은 윤석열이 자기네 말을 듣지 않고 1선의 ‘수준 낮은 극우 유튜버’를 추종한 탓에 망했다고 본다. 윤석열의 자리에 다른 보수 정치인을 갈아 끼우기 위해 앞으로는 이재명을 흠집 내는 작업에 집중할 것이다.

다시 말한다. ‘자유 우파’는 ‘망상의 공동체’다. 그들은 미친 게 아니라 위험하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배척하려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는 표현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보장한다. 표현의 자유는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터무니없다고 여기는 사상도 거리낌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비록 소수라고 해도 다수가 망상으로 간주하는 생각이라도, 무엇이든 두려움 없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관용의 땅에서만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러나 무제한의 관용이 선은 아니다. 예외가 하나 있다. 불관용이다. 불관용은 관용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최악의 불관용은 물리적 폭력으로 이견 집단을 배제하고 말살하는 것이다. 윤석열은 바로 그 짓을 하려고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군대의 무력으로 정치적 반대 진영을 제거하려 했다. 서부지법에서 폭동을 저지른 윤석열 지지자들의 행위도 똑같은 것이었다. 관용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자유 우파의 5대 유튜브’ 운영자들은 비상계엄을 찬양하고 윤석열의 내란에 동조했으며 공수처와 법원에 대한 공격을 선동했다.

그들의 행위에 대해 관용을 베풀어야 하는가? 그들의 말을 표현의 자유라는 명분으로 보호해 주어야 하는가? 이 질문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이렇게 긴 칼럼을 썼다. 나는 보호하지 말아야 한다고 본다. 아무도 폭력 행동을 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어야 하겠지만, 대통령이 불법으로 군대를 동원하고 추종자들이 폭력으로 법원을 짓밟는 상황에서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내란 선전 또는 내란 선동 혐의로 처벌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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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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