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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퍼뜨리는 정치적 독극물(2)

유시민 / 작가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해서 윤석열이 옥중에서 업무를 보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는다. ‘2말3초’쯤 헌법재판소가 만장일치로 윤석열을 파면할 것이다. 그러면 검찰은 직권남용과 정치자금법·선거법 위반 등 다른 죄목으로 그를 추가 기소한다. 내란수괴는 무기징역이 최소형량이다. 후임 대통령들 가운데 누가 사면하지 않는다면 윤석열은 죽은 뒤에야 교도소를 나올 것이다. 소위 ‘레거시 미디어’의 ‘저널리스트’들은 자기네가 ‘정치적 중립’이라는 저널리즘 윤리를 지킨다고 말한다. 착각 아니면 거짓말이다. 양상훈은 어느 쪽일까? 거짓말이라고 본다. 양상훈은 이재명을 없애버리고 싶다. 윤석열이 이재명을 정치 무대에서 제거하려고 검찰을 동원해서 벌였던 모든 공작을 정당하다고 인정한다. 그렇지 않고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할 수 없다.

“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징역형(집행유예)을 선고받은 이 대표가 조만간 2심에서도 유죄가 되면 ‘출마 반대’ 여론이 더 커질 수 있다. 이 대표는 앞으로 훨씬 심각한 재판을 앞두고 있다. 대북 불법 송금 사건은 공범인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이미 2심에서 징역 7년 8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공범으로 적시돼 있는 이 대표 역시 유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 대장동‧백현동 사건은 규모 자체가 초대형이다. 이 대표가 방탄 없이 이 재판을 다 받는다면 그의 최종 형량은 어쩌면 민주당이 윤 대통령이 내란죄 등으로 받기를 바라는 형량과 비슷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승복할 수 없는 국민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나라가 평안할 날이 있겠느냐’는 걱정은 합리적이다.”

양상훈이 말하려고 하는 바는 분명하다. 민주당과 대한민국을 위해서 이재명을 대통령 후보로 뽑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혼란해진다고 중도층을 협박한다. 중도층이 지지하지 않아서 이재명이 본선에서 질 것이라고 민주당 지지자를 겁준다. 이렇게 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모든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이재명이 ‘원 톱’이기 때문이다. 김진성은 칼로, 윤석열은 법으로, 언론은 펜으로 죽이려 했지만 이재명은 죽지 않고 ‘원 톱’ 자리를 지켰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법정에 끌려 다니면서도 민주당의 총선 압승을 이끌었다. 미리 대비하고 신속하게 대처해 윤석열의 내란을 제압했다.

김진성에게 중형을 선고한 법원은 윤석열도 중형에 처할 것이다. 그러나 ‘저널리즘’이라는 보호막을 쓰고 활동하는 양상훈은 이재명을 죽이는 데 실패해도 벌 받을 일이 없다. 그래서 오늘도 변함없이 이재명에 대한 혐오감을 조장하려고 최선을 다한다. 민주당 ‘비명계’의 궐기를 선동한다. 그렇게 해서 이재명을 쓰러뜨리면 최선이다. 하지만 실패해도 괜찮다. 2022년 3월 대선 때처럼 이재명에게 상처를 입히고 민주당을 분열시키는 효과만 내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국힘당 후보가 당선할 확률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 지난번에도 그렇게 해서 윤석열을 당선시켰다.

총선에서 민주당 당원과 유권자들이 이낙연을 비롯한 '반명‘ 정치인들을 당내 경선과 본선에서 가차 없이 내친 것은 그들이 양상훈 같은 언론인들이 퍼뜨린 정치적 독극물에 중독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재명은 당원과 지지자들이 압도적으로 신뢰하는 민주당의 대표였다. 지금도 당원 대다수가 그의 리더십을 인정한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압도적으로 그를 대선후보로 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은 중도층에서도 국힘당의 모든 정치인을 압도한다.

이재명은 시장‧도지사‧당대표로서 능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진보와 중도 성향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 현상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그는 민심의 흐름을 올라탔다.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부패를 끝내라는 대중의 요구, 내란을 완전히 진압하고 민주주의를 세우라는 시민의 바람을 수렴하는 정치적 아이콘이 되었다. 그러나 이재명은 성역이 아니다. 민주당 정치인 누구든 도전할 권리가 있다. 도전자가 나오는 것이 자연스럽고, 이재명과 민주당에게 나쁠 게 없다.

그렇지만 이재명을 공격하는 방식으로는 이재명을 이기지 못한다. 이재명보다 더 치열하게 내란세력과 싸워야, 이재명보다 더 분명하고 설득력 있는 정책 비전을 제시해야 당내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 지난 총선에서 목격하지 않았는가. 이낙연을 비롯한 민주당의 ‘비명’ ‘반명’ 정치인들은 윤석열과 싸우지 않고 이재명과 싸웠다. 당원과 지지자들은 그 책임을 물어 그들을 정치 무대에서 퇴출했다.

설 연휴 동안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민주당의 ‘비명계’ 정치인들은 이낙연과 똑같은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내란세력의 언어인 ’사법 리스크‘라는 말로 이재명을 공격하고 극우언론의 무기인 ’일극체제‘라는 말로 민주당을 비방한다. 민주당 당원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그런 행위를 언론이 제조한 정치적 독극물에 중독된 것으로 간주한다. 오해가 없기 바란다. 그들이 틀렸다는 게 아니다. 그렇게 하면 실패한다는 말이다. 논리적 윤리적으로 옳든 틀리든, 현실에서는 실패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비평은 때로 힘든 일이다. 개인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인연으로 치면 이재명보다는 김부겸‧김두관‧김경수‧임종석이 더 오래되었다. 나는 인생의 어느 한 구비를 그들 중 누군가와 함께 헤쳐 나왔다. 이재명과는 그런 인연이 없다. 김부겸‧김두관‧김경수‧임종석의 도전이 실패로 끝날 것이라 단언하려니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속에 없는 말을 할 수는 없다. 그래서 내 예측을 분명하게 말한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파면한다. 벚꽃대선이든 장미대선이든 조기대선이 열린다. 민주당 후보는 이재명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 재판의 진도가 어떠하든, 대법원 확정판결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하지 않은 한 이재명은 출마할 권리가 있다. 출마하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럴 리는 없지만, 만에 하나라도 피선거권을 빼앗기는 경우에는 이재명과 함께 윤석열의 내란을 제압하는 데 가장 크게 활약한 정치인이 민주당의 후보가 될 것이다. 양상훈 칼럼과 같은 정치 독극물에 중독되어 내란세력이 아니라 이재명과 민주당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도전하는 정치인은 기회가 없다.<끝>
  • 글쓴날 : [2025-02-10 16: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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