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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우두머리와 한 몸 국힘당, 이대로 좋은가

강민정 / 전 국회의원

온 나라를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게 했던 한밤중 날벼락 같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두 달이 훌쩍 지났다. 국격은 급전직하 했고, 국가 신인도 추락으로 경제지표들은 얼어붙었다. 민주주의 모범국, 경제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높아졌던 자긍심은 부끄러움과 분노에 자리를 내주었다.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가고 무엇보다 국민 일상의 곤궁함은 깊어가고 있다. 윤석열 탄핵소추, 체포, 구속, 기소로 이어전 지난 수십 일 간은 매 순간 마음을 졸여야 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2017년 박근혜 파면 결정 시청이 거의 유일한 헌재심판 시청이었던 사람들마저 매주 열리는 헌재 탄핵심판 중계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대통령으로 뽑혀 2년 7개월이나 국정을 책임졌던 이의 비루함과 비열함은 날것으로 생중계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영장 없이 체포하여 고문하고, 수거하고, 수장까지 시키려 했던 전모가 밝혀지고 있는 마당에 실실 웃거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 아니냐’며 발뺌하는 모습에서는 소시오패스를 보는 듯한 섬뜩함마저 느껴졌다.

의원이 아니라 요원이라 빡빡 우기는 윤석열 덕분에 국회 진입한 군인들도 의결정족수라는 게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원’이란 말은 써 본 적 없다더니 1분여 뒤 스스로를 탄핵할 거짓말을 거침없이 내뱉을 때는 뻔뻔함보다는 추한 몰골의 거짓말 자판기를 보는 듯했다. 무엇보다 모든 책임을 부하들에게 떠넘길 때, 그가 더 이상 용산 대통령실에 있을 자격이 없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 같아 오히려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소장은 그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국헌문란의 목적으로, 헌법과 법률에 위반되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폭동을 일으킨 내란 우두머리’라고 결론 내렸다. 의원이든 요원이든 인원이든 전혀 중요하지 않다. 반국가 세력 척결 목적이든 야당에 대한 경고 목적이든 대국민 호소 목적이든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대통령이라는 자가 헌법 77조 1항 요건에 맞지 않은 비상계엄을 임의 선포했으며, 같은 조 4항에 따른 국회 통고도 없이 국회에 무장군인을 투입해 국회권한 행사 저지를 도모했다는 사실이다. 국회가 아닌 ‘별도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해 헌법상의 국민주권제도, 의회제도, 정당제도, 선거관리제도, 사법제도 등’을 무력화해 헌법 제1조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파괴하려 했다는 사실이다.

우리 헌법에 대통령보다 먼저 기술되고 있는 것이 국회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정신의 당연한 결과다. 또한 헌법은 국민대표들에게 입법권은 물론 계엄해제권을 부여하고 있다. 국회무력화를 시도한 대통령은 명백한 헌법위반자다. 탄핵심판은 형사법적 범죄 유무가 아니라 대통령의 헌법, 법률 위반 여부를 따지는 일이다. 헌법, 법률 위반으로 곧 파면 당할 윤석열은 아직 국민의힘 당적을 가지고 있다. 설사 그가 탈당하더라도 그를 자당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 군 통수권을 행사할 권한을 갖게 한 국민의힘은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계엄해제 즉시 국민의힘이 내란 우두머리와 절연하고, 진심어린 대 국민 사과를 할 기회를 살렸다면 용서는 안 되도 이해는 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기회를 모두 걷어찬 국민의힘은 지금까지 여당으로서 어떻게 책임질지 아무 것도 보여 준 바 없다.

곧 치러질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나서는 이들도 있다. 대통령과 여당이 국정운영 공동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2017년 박근혜 탄핵 때와 유사한 점이 있지만 그 책임의 성격과 크기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르다. 박근혜는 직권남용과 뇌물 등의 죄에 대한 책임이었으나 윤석열은 민주공화국 근간을 뿌리째 흔들어 파괴하려는 국가 전복을 시도했다.

대한민국 헌법 8조는 정당설립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준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자당이 배출한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한 행위로 기소되고 파면될 지경이다. 그 대통령과 2년 7개월 동안 공동으로 국정운영을 해 온 정당이라면 그 당은 국민에게 백배사죄하고 자진 해산하는 것이 맞다. 꼭 정당 활동이 필요하다면 민주적 기본질서 준수를 약속하고 새로운 정당으로 다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공화국에서 집권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주권자에게 국정운영을 맡겨달라고 호소할 수 있다. 그래야 국가로부터 정당 활동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설사 간판과 상징적 얼굴 몇 명만이 바뀔지라도 이는 대한민국에서 법의 보호를 받는 정당으로 존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다. 현존하는 거대 양당 중 하나라고 해서 그 의무와 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

내란 우두머리와 절연하는 어떤 과정과 절차도 없이 현 국민의힘으로 정당 활동을 계속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헌법 밖 일이다. 조만간 헌재 탄핵심판은 끝나고 국민의힘 소속 대통령이었던 윤석열은 파면될 것이다. 국민의힘 주체들이 정말 대한민국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고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국민심판으로 사실상 해산당하기 전에 스스로 새롭게 태어나는 길을 찾아야 한다. 헌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는 물론이지만 대한민국에 건강한 보수가 건재하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드리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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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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