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벼 재배면적 조정제’는 국내 농업 정책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 정책이 농민들에게 가져올 부담과 우려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내 쌀 소비 감소와 국제 곡물 시장의 변화라는 구조적 현실은 부인할 수 없으나,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정책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보다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재배면적 조정을 이행하지 않는 농가에 대해 공공비축미 배정 제외, 지자체에는 공공비축미 물량 감축 및 SOC사업 대상지 선정 평가 반영 등의 제재를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패널티 중심의 접근은 농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정책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농업인들이 정책을 자발적으로 수용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패널티 대신 인센티브 중심의 접근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 벼 재배면적 조정제는 공공비축미 우선 배정, 농업 예산 신청 시 우선 배정 등의 혜택을 농업인에게 제공하고 있고, 지자체에는 공공비축미 물량 추가 배정, 농촌 개발 사업 및 식량 관련 정책 사업 선정 시 우대 조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센티브는 농업인과 지자체가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정부는 인센티브를 대폭 확대하고 이를 통해 농민과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예컨대 대체 작물 재배를 선택하는 농가에 대해 초기 비용 지원, 기술 교육,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위한 계약재배 시스템 구축 등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체 작물 전환은 농업 현장에서 실질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과제다. 농민들은 새로운 작물 재배에 대한 기술적 지원과 경제적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전환에 따른 위험 부담을 떠안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농민들이 안심하고 대체 작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기술적, 경제적 지원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판로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농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정책 이행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농업은 단순히 경제적 산업의 하나로 볼 수 없는 국가 식량 안보의 핵심이다. 따라서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한 정책 시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을 위한 중장기적 비전과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요구된다. 고품질 쌀 생산 체계를 확립하고 산지유통 구조를 개선하며 농업인의 소득 안정과 지역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높이고,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벼 재배면적 조정제’를 재검토하고 농민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농업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담아내는 것이야말로 지속가능한 농업 정책의 출발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농업4법 제정을 재추진하고 농업인의 권익을 보호하며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농민들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력을 통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농업 정책을 실현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