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이후 많은 이들이 정신건강 악화를 호소했다.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에는 윤석열을 찍은 소위 2찍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인간 일반에 대한 회의와 불신으로까지 확산된 결과인 인간 불신증과 인간 혐오증, 그로 인한 미래에 대한 비관이 심각했다. 윤석열 일당의 인간 이하의 저열한 말과 행동, 검찰독재의 폭정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극심한 분노와 우울증 등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리고 윤석열 일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내란의 밤 이후 한국인들은 소위 내란 불면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윤석열 정권은 한국인들의 정신건강을 극심하게, 또 급속히 파괴한 것이다.
군부독재의 만행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세대, 특히 광주민주항쟁을 겪은 사람들은 내란의 밤 이후부터 잠을 편안하게 자지 못하거나 심각한 불안으로 인해 일상에 집중하기 어려워하고 있다. 청소년기에 광주민주항쟁을 경험한 어떤 분은 12월 3일 이후부터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잠이 들어도 악몽을 꾸다 깨어나는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인들은 빠르게는 군부독재를 역사무대 뒤로 퇴장시킨 87년 6월항쟁 이후 혹은 늦잡아도 김대중 정부가 탄생한 뒤부터는 국가폭력, 특히 계엄군에 대한 공포에서 해방되기 시작했다. 군대가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일, 국민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발포하는 일 따위는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나 윤석열 일당의 내란은 마음 깊숙한 곳에 묻힌 군부독재의 폭력에 대한 기억과 공포를 일깨웠다. 이것은 윤석열 일당의 내란이 단순히 역사를 퇴행시키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인의 정신건강을 치명적으로 파괴했음을 의미한다.
윤석열 일당이 한국인의 정신건강을 극적으로 파괴하고 급속히 악화시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이전 시기에 한국인의 정신건강이 양호했던 것은 아니다. 한국인의 정신건강은 한국 사회가 본격적으로 신자유주의 체제로 전환되기 시작한 90년대 이후부터 가속적으로 악화되었다. 2020년과 2023년을 비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의하면 우울증은 83만 7808명에서 104만 6816명, 불안장애는 74만 7373명에서 88만 9502명, 공황장애는 19만 6443명에서 24만 7061명, 조울증은 11만 1851명에서 13만 8068명으로 증가했다. 이 자료를 보면 우울증이 급격히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것은 한국인들이 우울증에 특별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우울증을 특징짓는 정서는 슬픔과 분노이다. 우울증은 이 슬픔과 분노, 특히 분노를 밖으로 건강하게 표출하지 못해 그 분노가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사실 슬픔과 분노는 우울증만이 아닌 여러 정신장애의 공통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어린 시절에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는, 사랑을 받지 못한 것과 관련된 슬픔과, 사랑을 해주지 않은 부모에 대한 분노가 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아이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면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가학증을 앓게 될 수도 있고 우울증을 앓게 될 수도 있다.
권력과 부를 소유한 기득권층에서 성장한 사람은 가학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 항상 자기보다 가난한 친구나 서열이 아래인 부하직원 등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기득권층은 통상적으로 갑질, 위계에 의한 성폭력과 성희롱 따위로 구설수에 오르곤 하는데, 이것은 기득권층을 대표하는 정신장애가 가학증임을 보여준다. 반면, 평범한 서민층에서 성장한 사람은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 그에게는 주변에 분노를 표출할 만한 대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 계급이나 계층이 아니라 개인적 차이도 가학증이냐 아니면 우울증이냐에 영향을 미친다. 마음이 비뚤어진 사람은 가학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 분노를 자기를 향해 돌리기보다는 타인들과 세상을 향해 병적으로 분출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착한 사람은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 착한 사람은 분노가 아무리 심해도 그것을 남들한테 퍼붓지 못하거나 꺼리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기득권층, 못된 인간을 대표하는 부자병이 가학증이라면 보통 사람들, 착한 사람들을 대표하는 병이 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이 우울증에 특별히 취약한 것은 극소수 기득권층을 제외한 나머지 절대다수가 평범한 보통 사람에 속하기 때문이고, 극소수의 악인을 제외한 절대다수는 비교적 선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나날이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 대부분이 여전히 착해서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사회개혁의 좌절로 인해 분노를 건강하게 표출하지 못하고 있어서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낮은 편이다. 이는 한국행정연구원이 3월 6일에 발표한 ‘2024년 사회통합실태조사’(지난해 8∼9월에 전국의 19세 이상 8251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면접 등을 통해 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조사를 보면 지난해 한국인의 행복감은 10점 만점에 평균 6.8점으로, 전년(6.7점)보다 0.1점 올랐다. 원래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경제 수준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인의 행복감은 별다른 변동 없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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