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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법재판소, 국민의 명령에 응답하라


윤석열 탄핵심판을 둘러싼 헌법재판소의 숙고가 길어지고 있다. 사안의 중대성과 역사적 의미를 감안할 때 헌재가 심사숙고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 지체가 국가적 혼란과 분열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정이 늦어질수록 사회 불안은 가중되고 국민들의 인내심은 임계점을 찍고 있다. 민주주의 질서를 수호하고 헌법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헌재는 더 이상 선고를 미뤄서는 안 된다. 헌법과 국민만을 바라보고 신속하고도 단호한 판결을 내려야 한다.

최근 극우 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탄핵불복 선동은 그 위험성을 넘어 국가의 존립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 헌재를 쓸어버린다거나 불법 계엄을 주장하는 등 극단적이고 폭력적인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

헌재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심리하고 있는 이 중차대한 탄핵심판을 두고 법치를 부정하며 폭동을 선동하는 무리들은 헌정질서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문제는 이러한 극단주의의 발호가 일부 법조인과 헌법학자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이들에 의해 정당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국힘의원 82명이 헌재에 탄원서를 제출해 윤석열 탄핵심판을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이들의 논리가 얼마나 견강부회인지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형사재판과 탄핵심판을 혼동하거나 내란죄 철회를 이유로 탄핵소추의 동일성이 상실되었으니 국회 재의결이 필요하다는 억지는 법리를 무시한 정치적 요설에 불과하다.

탄핵심판은 정치적 책임과 헌법 수호 의지를 묻는 절차이지 형사재판이 아니다. 2017년 박근혜 탄핵심판 당시에도 뇌물죄를 제외하고 신속한 심리를 진행했던 전례가 있다. 윤석열의 내란 행위와 그로 인한 헌법질서의 훼손 여부는 이미 헌재 심리 과정에서 충분히 다뤄졌고 검찰 진술 조서 또한 헌법재판관 전원의 만장일치로 증거로 채택됐다. 이는 박근혜 탄핵 당시 확립된 원칙을 그대로 따르는 절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탄핵 반대 세력은 헌재가 절차적 정의를 훼손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과 행동은 결국 국민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를 파괴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윤석열의 헌법 무시 행위는 결코 가볍지 않다. 국민 앞에 거짓말을 일삼고 책임을 전가하며 자신의 지지층을 선동해 헌정 질서를 위협한 것은 대통령으로서 헌법 수호 의무를 완전히 방기한 것이다.

헌재의 이번 탄핵심판은 단순한 법적 판단을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훗날 민주주의를 지켜낸 역사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헌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고 있다. 오로지 헌법과 국민 뜻만을 기준으로 신속하고도 단호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더 이상의 지체는 국민의 신뢰를 잃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역사적 사명을 저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국민들은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 이제 헌재가 응답할 차례다.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최후 보루로서, 헌재는 그 책임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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