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내란 불면증이 망가뜨린 한국인의 정신건강(2)

김태형 /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한국 사회에서 기득권층은 통상적으로 갑질, 위계에 의한 성폭력과 성희롱 따위로 구설수에 오르곤 하는데, 이것은 기득권층을 대표하는 정신장애가 가학증임을 보여준다. 반면, 평범한 서민층에서 성장한 사람은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 그에게는 주변에 분노를 표출할 만한 대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회 계급이나 계층이 아니라 개인적 차이도 가학증이냐 아니면 우울증이냐에 영향을 미친다. 마음이 비뚤어진 사람은 가학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 분노를 자기를 향해 돌리기보다는 타인들과 세상을 향해 병적으로 분출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착한 사람은 우울증을 앓는 경우가 많다. 착한 사람은 분노가 아무리 심해도 그것을 남들한테 퍼붓지 못하거나 꺼리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기득권층, 못된 인간을 대표하는 부자병이 가학증이라면 보통 사람들, 착한 사람들을 대표하는 병이 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이 우울증에 특별히 취약한 것은 극소수 기득권층을 제외한 나머지 절대다수가 평범한 보통 사람에 속하기 때문이고, 극소수의 악인을 제외한 절대다수는 비교적 선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나날이 우울증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 대부분이 여전히 착해서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사회개혁의 좌절로 인해 분노를 건강하게 표출하지 못하고 있어서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낮은 편이다.

이는 한국행정연구원이 3월 6일에 발표한 ‘2024년 사회통합실태조사’(지난해 8∼9월에 전국의 19세 이상 8251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면접 등을 통해 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 조사를 보면 지난해 한국인의 행복감은 10점 만점에 평균 6.8점으로, 전년(6.7점)보다 0.1점 올랐다. 원래 한국인의 행복지수가 경제 수준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한국인의 행복감은 별다른 변동 없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령대별 행복감은 19∼29세와 30대가 7.0점, 40대와 50대가 6.8점, 60세 이상이 6.6점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낮아진다. 일반적으로 서구 나라들에서의 행복감은 젊은 시절에 높았다가 중장년기에 조금 낮아지고 노년기에 다시 높아지는 추세를 보인다. 꿈과 희망이 있고 열정이 넘치는 청년기에 행복감이 높아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청년세대는 한국 역사상 최악이라고 할 정도의 심각한 청년실업에 시달리고 있으며 상당수의 청년은 꿈과 희망을 잃어 결혼과 출산까지 포기해야 하는 열악한 처지에 놓여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경우에는 청년의 행복감조차 나이든 세대와 마찬가지로 낮은 편이다. 서구 나라에서도 사회적 생존과 성공을 위해 분투해야 하는 중장년기에는 행복 수준이 떨어지지만 노년기에 들어서면 다시 행복 수준이 올라간다. 그것은 서구의 노인들은 중장년기에 축적한 재산으로 은퇴 뒤 노년기에 안온한 생활을 즐기거나 적어도 경제적 빈곤이 한국보다는 훨씬 덜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인은 사회보장제도가 열악한 관계로 중장년기까지도 끊임없이 자식 뒷바라지를 해야 하고 그 결과 노년기에 들어서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상당수의 한국인들에게 노년기란 빈곤에 허덕여야만 하고 그로 인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소원해지는, 고독하고 외로운 시기가 되곤 한다. 어쨌든 사회통합실태조사는 한국인이 청년기부터 그다지 행복하지 않으며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더 불행해지는 암울한 인생을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통합실태조사에 의하면 또한 월 소득 100만 원 미만인 최저 소득 집단의 행복감이 전년의 6.1점에서 6.0점으로 낮아진 반면, 월 소득 600만 원 이상인 최고 소득 집단의 행복감은 전년의 6.8점에서 7.0점으로 상승했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이 행복 불평등으로도 직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급속한 정신건강 악화로 고통받고 있으며 행복보다는 불행에 더 익숙해져가고 있는 한국인들은 자살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한국의 자살률은 90년대를 기점으로 세계 1위에 오른 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안 그래도 심각했던 한국의 자살률은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자 10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의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에 의하면 2023년 자살률은 10만 명당 27.3명으로서 2013년(28.5명) 이후 최대치에 도달했다. 한국의 자살률은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2021년 26명, 2022년 25.2명으로 소폭이지만 줄어들고 있었는데 2023년에는 27.3명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윤석열 정권은 한국인의 정신건강을 극단적으로 파괴하고 행복을 무참히 짓밟으면서 자살을 강요해 온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윤석열 일당의 내란으로 인해 한국인의 심신과 삶은 위태로운 벼랑 끝에 서게 되었다. 만일 내란을 철저히 진압하고 사회대개혁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한국인의 정신건강은 위태로운 임계점을 훌쩍 넘어서게 될 것이고 한국인들은 끔찍한 불행의 늪에 잠겨들어 자살의 길로 질주하게 될 것이다. 내란 진압과 사회대개혁에 반드시 성공해야 할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여기에 있다.<끝>


*  *  *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