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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법재판소, 국민의 애끓는 함성 외면할 텐가


헌법재판소는 국민이 부여한 막중한 책무를 망각하고 있는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가 무너지고 민주주의의 근간이 짓밟히는 이 중대한 시점에서 헌재가 침묵과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에 국민은 참담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한덕수 탄핵심판 선고가 24일 오전으로 전격 결정된 반면, 윤석열에 대한 탄핵심판은 기일조차 잡히지 않았다. 이는 헌재 스스로 밝혔던 ‘윤석열 탄핵 심판을 최우선으로 처리하겠다’는 원칙을 헌신짝처럼 저버린 결정이며 국민의 신뢰를 철저히 배반하는 처사다.

윤석열 탄핵심판은 단순한 절차적 사안이 아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하고 국헌 문란을 자행한 내란 사건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다. 계엄령 발동을 위한 준비 정황과 위헌적 절차, 헌법기관에 대한 조직적인 침탈은 이미 주요 증거로 확보돼 있다. 국회가 압도적인 국민 여론에 따라 탄핵소추를 의결한 이후, 모든 법적 요건과 사실관계는 충분히 검토되었고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헌재는 침묵하며 시간을 끌고 있다. 이는 직무유기이자 헌재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한덕수 총리 탄핵안은 윤석열 탄핵소추안보다 늦게 접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선고 기일이 먼저 잡혔다. 이는 헌재가 정치적 고려와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윤석열과 그를 옹호하는 내란 세력은 헌재의 침묵을 악용하며 국론을 분열시키고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국민의힘은 ‘각하’ 운운하며 국민을 선동하고 있고 극우 세력은 야당 의원과 시민들에게 달걀 테러와 폭력을 가하고 있다. 헌재가 침묵할수록 그들의 폭주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지연된 정의는 더 이상 정의라 부를 수 없다. 헌재는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은 곡기를 끊으며 헌재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정치적 계산에 의한 타협이 아니다. 법과 원칙에 따른 단호한 판결이다. 헌재가 윤석열 탄핵심판을 뒤로 미루고 시간을 벌어주려는 듯한 행보는 국민적 분노와 좌절을 키울 뿐이다. 국민의 생명과 자유, 민주주의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헌법재판소는 단호하게 결단해야 한다.

윤석열은 헌법상 권한과 책임을 망각하고 스스로 헌정질서 파괴의 중심에 섰다. 그를 탄핵하고 파면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지키고 대한민국 헌법의 존엄을 수호하는 길이다. 헌재가 이 명백한 책무를 외면한다면 대한민국 헌법은 종잇장에 불과한 선언이 되고 말 것이다. 이미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 더 이상 헌재가 미적거릴 명분도, 이유도 없다.

헌법재판소는 정치적 고려나 내란세력 달래기에 몰두할 것이 아니라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라 윤석열의 파면을 신속히 선고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지키고 국민들에게 헌정질서의 희망을 안겨주는 길이다. 헌재는 지금 이 순간, 역사의 법정에 서 있음을 자각하라.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법은 누구 위에 군림하는 자도 예외일 수 없다.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파면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천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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