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4일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을 기각했다. 재판관 8명 중 7명이 기각 의견을 냈으며, 정계선 재판관만이 인용 의견을 내며 소수 의견을 제시했다. 이로써 한 총리는 직무 정지 87일만에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에 복귀했다.
유일하게 소수 의견을 낸 정 재판관은 한 총리가 총리직을 상실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 위반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특히 탄핵소추 사유 5가지 중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지연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 등 두 가지를 파면을 정당화할 위헌 사유로 지목했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가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를 지체한 것은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고 법질서를 회복하려는 특검법의 목적을 심각하게 저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10일 내란 상설특검법을 통과시켰으며, 특검법은 대통령이 특검 추천위에 지체 없이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권한대행이던 한 총리는 약 2주간 추천 의뢰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재판관은 “곧바로 특검을 임명해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보장하기 위한 특검법 제정 취지를 몰각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한 총리가 수사의 중립성을 확보할 책임이 있었음에도 이를 외면했다”고 판단했다.
한 총리 측은 추천위 관련 규칙 개정안에 대한 헌재 심판이 계류 중이었음을 이유로 추천 의뢰를 미룬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으나, 정 재판관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개정 규칙의 위헌성을 검토하느라 추천을 미뤘다는 근거가 없다”며 “헌재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위헌성을 예단한 것은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상설특검은 별도 법안이 아니어서 거부권 행사 대상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에 대해서도 정 재판관은 한 총리의 책임을 강조했다. 헌재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후보자 2명을 임명한 점을 들어 위헌성을 일부 해소했다고 봤지만, 정 재판관은 “최 권한대행의 임명으로 한 총리의 위헌 행위가 경감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마은혁 후보자는 여전히 임명되지 않은 상태로, 이는 헌정질서 수호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으며, 그 책임은 피청구인(한 총리)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미루면서 ‘여야 합의 필요’ ‘실질적 대의제 실현’을 근거로 내세웠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가 여야 합의 필요성을 이유로 임명을 지연한 것에 대해 “이미 국회에서 후보자들이 의결됐음에도 추가적인 합의를 요구한 것은 임명 의무를 방기한 것으로, 이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부정한 행위”라고 판단했다./서울=김영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