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사설] 헌재, 한덕수 탄핵 기각 판결 매우 유감이다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을 기각했다. 이유는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이 헌법 위반은 맞지만 파면으로 이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헌재가 내놓은 이번 결정은 법적 논리를 가장한 정치적 판단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스스로 위헌이라 규정하고도 정반대의 결론을 낸 판결은 사법기관으로서 헌재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킨 것이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대통령과 대행이 반드시 이행해야 할 헌법상의 의무다. 국민의 기본권과 국가 질서를 수호해야 할 헌재가 구성조차 되지 못한다면 이는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특히 한덕수 대행은 국회몫 재판관 후보에 대해 ‘여야 합의가 없다’는 해괴한 논리를 내세우며 3명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연시켰다. 헌법 어디에도 여야 합의를 전제로 임명하도록 한 조항은 없다.

헌재는 이미 최상목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연한 사안을 심판하면서 헌법을 위반했다고 명확히 판단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한덕수 탄핵 심판에서는 위헌은 맞지만 파면은 과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동일한 본질의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헌재 스스로 논리의 모순을 범하고 있으며 이런 판결이 국민의 눈에 정치적 고려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 심각한 것은 상설특검법 이행을 거부한 것 또한 헌재가 판단을 유보하거나 소극적으로 해석한 점이다. 상설특검법은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특검을 임명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한덕수 대행은 이를 거부하거나 사실상 무력화하며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었다. 헌법에 따라 집행권력을 견제하고 통제하는 장치를 대행이 무시했는데도 헌재는 이를 ‘탄핵할 만큼의 중대한 위법’이 아니라며 넘겼다.

이는 헌재가 정치권력 앞에서 눈을 감은 것이며 결국 위헌 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헌재의 이번 결정은 법과 원칙이 아닌 정치적 계산이 작동한 결과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헌재는 정치에서 엄정 중립적이어야 하며 오직 헌법과 국민만 바라봐야 한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헌재가 정치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국민적 우려를 다시 한번 불러일으켰다.

이제 남은 것은 윤석열 탄핵심판이다. 한덕수 대행에 대한 판단으로 이미 신뢰를 잃은 헌재가, 또다시 정치적 판단으로 윤석열에 대한 결정을 지연하거나 면죄부를 준다면 국민은 더 이상 헌재의 존립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헌재는 더 이상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오직 헌법과 국민의 뜻을 따르라.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대통령이라면 누구든 파면해야 하며 그 결론은 만장일치여야 한다. 그것만이 헌재가 최고 헌법기관으로서 마지막 책무를 다하는 길이자, 국민 불신을 걷어내고 헌재 존립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헌재는 스스로의 사명을 돌아봐야 한다. 위헌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정치 판결은 헌재를 정치의 시녀로 전락시킬 뿐이다. 헌재가 오직 헌법의 수호자임을 증명하는 길은 명확하다. 윤석열 탄핵심판에서 오직 헌법과 법률, 그리고 국민의 뜻에 따라 8대 0 만장일치로 파면을 선고하는 것, 그것뿐이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