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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바꿔야 하는지 가르쳐준 내란 윤 정권(3)

강수돌 / 고려대 명예교수

앞에서 노동시간을 줄이자 했는데, 노동시간이 줄면 안 그래도 생활비가 부족해서 잔업, 철야, 특근을 해도 모자랄 판이라 불평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 대비한 것이 복지개혁이다. 대개 우리가 월수입에서 가장 많이 써야 하는 분야가 있다면, 주거비(집세), 교육비(양육), 의료비(건강), 노후(퇴직 후) 등이다. 그런데 이런 비용을 월급에서 충당할 게 아니라 평소에 내는 세금으로 충당하면 된다. 그래서 이런 비용들이 굳이 월급에서 빠져 나가지 않는다면, 우리는 날마다 풍족하게 살 수 있다. 좋은 책이나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하거나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 ‘한 턱’ 쏘는 데 그 무슨 큰돈이 들겠는가? 특히 주거비는 싱가포르 사례를 참고하면 좋겠다. 싱가포르는 85%의 국민들에게 공공주택을 99년 동안 임대한다. 사실상 자기 집을 저렴하게 쓸 수 있다. 죽으면 돌려주면 그만이다. 15%의 부자들은 자가 주택을 소유하되, 대신 세금을 많이 낸다. 그러니 청년들도 집 걱정을 안 해도 된다. 교육비도 지금 한국은 사교육비만도 매년 30조에 이른다. 대학 학비도 만만찮다. 반값 등록금부터 시작해서 ‘5개년 계획’을 수차례 하면 무상교육이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주거, 교육, 의료, 노후 문제를 개인이 아닌 사회가 공동의 책임감으로 풀면 된다.

그러면 과연 세금은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기본적으로 ‘많이 벌면 많이 내고 적게 벌면 적게 낸다’는 원칙을 지키면 된다. 최근 해마다 50조 내외의 ‘부자 감세’를 하는 바람에 적자 재정이 커졌다 한다. ‘부자 감세’나 법인세 인하를 원위치로 하고, 동시에 온갖 탈세와 누세를 제대로 잡아내면 재정적자도, 국가부채도 줄일 수 있다. 동시에 올해 예산(지출 규모)은 670조 원이 넘는다. 이 엄청난 돈을 어떻게 빼먹을 것인지 탐구하는 도둑들이 너무 많다. 앞서 말한 국민들의 주거비(집세), 교육비(양육), 의료비(건강), 노후(퇴직 후) 등 일상생활을 사회 공공성 차원으로 해결하도록 돈을 쓰면 된다. 하루아침에 안 되더라도 ‘5개년 계획’으로, 될 때까지 하면 된다.

농촌개혁을 위해 농민 기본소득과 유기농 농민 공무원제를 제안한다. 20%에 불과한 곡물자급률과 40% 내외인 식량자급률을 100%로 올려야 한다. 식량자급은 곧 식량안보다. 이를 통해 농어촌 공동체를 활성화하여, 도시보다 오히려 농어촌에 사는 게 삶의 질이나 행복도가 더 높게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헌법 121조에 나오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실질적으로 살려서 부재지주를 근절하고 농사를 짓는 자가 농지를 소유하도록 개혁을 해야 한다. 최근 들어 농지 보존과 역행하는 방향으로 나라 정책이 잘못 가고 있는데(쌀농사 축소를 해야 보조금을 주는 행태), 이걸 바로 잡아야 한다. 오히려 자급률 100% 달성을 위해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농지를 없애기는 식은 죽 먹기지만 만드는 데는 오래 걸린다. 기후위기 등으로 식량생산에 어려움이 닥치면 손에 돈을 들고도 굶어야 한다.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한편, 일반 토지개혁을 통해 토지 소유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타파해야 한다. 부자나 대기업들은 불필요하게 많은 토지를 소유하여 시세차익이나 임대료를 챙긴다. ‘불로소득’ 기반의 ‘지대 자본주의’다. 이러한 농지개혁이나 토지개혁 모두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땅과 집에 대한 투기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 나아가 국토 공개념(커먼즈)을 통해 그 수익은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물론, 이런 얘기는 거시적 차원의 틀 구조를 말하는 것이다. 세부적인 내용들은 차분한 공부와 열린 토론을 통해 만들어 가야 한다. 달리 말해, 시민들이 각종 선거에서 투표만 하고 끝낼 일이 아니다. 풀뿌리 민초들이 적극 참여하여 좋은 아이디어나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 좋은 아이디어들이 모이고 모여 여론과 언론의 힘을 매개로 마침내 ‘양심적이고 청렴한’ 일꾼들을 통해 채택, 실행된다면, 바로 그 때 우리는 비로소 ‘살기 좋은 나라’를 말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을 ‘법(法)’이란 단어를 써서 달리 표현해 보자. 요컨대, 지금 우리는 ‘무법천지(無法天地)’ 상태 속에 있는데, 이것을 하루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사법기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광장의 목소리를 드높여야 한다. 특히 야당이 더욱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 다음, 정말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즉, 양심과 진실이 바로 서는 ‘준법사회(遵法社會)’를 제대로 세워내야 한다. (탐욕에 중독되지 않은) 누구나 합당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회, 쉽진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그에 뒤이어 우리는 ‘야단법석(野壇法席)’ 즉, 열린 토론을 통해 정말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적극 참여(공부, 토론, 요구)해야 한다. 이 토론에는 당연히도 상품-화폐-자본이 만든 물신주의(fetishism)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포함된다. 물신주의를 극복해야 비로소 사람 냄새 나는 세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대사처럼, “상 차리는 사람보다 상을 다 엎을 사람”이 더 많이 나와야겠다. 과연 우리는 아무 두려움이나 주저함 없이 이 방향으로 신나게 내달릴 수 있을 것인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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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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