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2명을 기습 지명한 것은 헌법적 금도를 스스로 짓밟는 폭거이자, 권한대행이라는 지위의 한계를 무시한 월권행위다. 오는 18일 임기가 만료되는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은 물론, 인선의 정치적 중립성에서도 심각한 의문을 낳는다. 특히 이 지명은 파면된 윤석열의 ‘그림자’가 여전히 국가의 헌법기관 인사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강한 의심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헌법재판관 임명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직무를 임시로 대행할 뿐 모든 대통령 권한을 전면적, 적극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특히 헌법기관 인사의 핵심인 헌법재판관 임명처럼 정치적 중립성과 국가 운영의 핵심 가치가 직결된 사안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한덕수 권한대행이 이러한 헌법의 정신과 권력 분립 원칙을 무시하고 지명을 강행한 것은, 사실상 ‘입헌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무리한 정권 유지를 위한 정치적 의도요, 포석이라 볼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명된 인물들의 면면이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12.3 내란’ 당시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과 함께 비공식 안가 회동에 참석한 인물로, 내란 공범이라는 의심을 강하게 받고 있다. 따라서 그는 내란 청산 대상에 올라 있다. 이러한 자가 헌법의 최후 보루라 할 헌법재판소의 재판관으로 지명된다는 사실 자체가 헌정 질서에 대한 조롱이다. 이 지명이 윤석열의 정치적 연장선 위에서 기획되었을 것이라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의 말처럼, 이완규 지명은 사실상 ‘파면된 윤석열의 의중이 작용된 것’이라는 해석이 자연스럽다.
함상훈 판사의 지명도 마찬가지다. 그는 드루킹 사건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하며 정치적 판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정치적 중립성과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한 것은 그 자체로 헌재의 권위를 훼손하는 행위다. 이는 헌재를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려는 시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
야당의 반발은 당연하다. “내란 대행을 인정하는 것이냐”는 민주당의 반응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이것은 국가의 헌법 질서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경고이자, 국민의 주권을 수호하려는 필사적 호소다. 탄핵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도 결코 과장된 반응이 아니다. 한덕수 권한대행의 이 같은 월권이 반복된다면 국회는 그에 상응하는 헌법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국민은 지금의 헌정 질서가 누구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 무너지고 있는지를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한 권한대행은 즉각 헌법재판관 지명을 철회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절제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더 이상 국민의 분노를 시험하지 말라. 헌법 위에 군림하려는 어떤 시도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