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한 첫 형사 재판이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하지만 정작 국민은 법정에 선 피고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재판부가 법정 촬영을 불허하고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헌정질서를 파괴한 중대범죄 혐의자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에서 국민의 ‘알권리’를 봉쇄한 결정은 사법부 스스로 법과 정의의 수호자임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귀연 판사가 이끄는 형사25부의 일련의 결정은 공정성보다 특정 피고인에 대한 배려에 경도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 윤석열을 석방한 초유의 결정은 법조계 내부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조차 ‘상급심 판단이 필요하다’고 국회에서 밝힌 바 있다. 이는 명백히 상식과 법리에 반하는 판단이며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근본부터 뒤흔드는 행위다.
법정 촬영 불허는 그 파장을 더욱 키웠다. 전직 대통령들이 형사재판을 받을 때마다 법정 출석 장면은 공개돼 왔다.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이명박 등 4명의 전직 대통령들이 그 사례다. 심지어 이명박은 ‘국가 위신’을 이유로 촬영을 반대했음에도 법원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반면, 윤석열만은 ‘공공의 이익’이라는 대법원 규칙의 정신을 외면한 채 예외를 인정받았다. 오로지 한 사람만을 위한 특혜, 그것이 사법 정의의 이름으로 이뤄졌다는 현실은 국민에게 참담함을 안긴다.
법원이 윤석열의 법원 출입을 지하주차장으로 허용한 것 역시 ‘안전상의 이유’라고 하지만 재판과 언론 노출을 동시에 피하도록 한 일련의 조처들이 결국 하나의 퍼즐처럼 맞물려 특혜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결코 단순한 의전 문제라 볼 수 없다. 이는 재판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해치는 심각한 행위이며, 결과적으로 사법부 전체의 신뢰를 붕괴시키는 자해적 결정이다.
해외 주요 민주국가들에서 이러한 판단이 내려졌다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독일에서는 법왜곡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고, 미국에서는 탄핵이나 징계, 해임 대상이 된다. 일본에서라면 국민이 직접 법관 탄핵을 청구하거나 최고재판소 판사에 대한 심사를 통해 해임시킬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판사에 대한 견제 장치는 사실상 전무하며 입법부 역시 사법 권력의 독주를 방치해 왔다. 국회가 사법 개혁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 결과가 이 같은 사법 특권으로 이어진 것이다.
국민은 더 이상 묵과하지 않는다. 법정에 선 피고인이 누구든, 헌법과 법률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이 실현돼야 한다. 법원이 스스로 그 원칙을 무너뜨릴 때 국민은 법을 신뢰하지 않게 되고 사법부는 존립의 근거를 잃는다.
이제라도 사법부는 대오각성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오판이 아니다. 공정성을 훼손하고 국민을 기만하며 정의를 외면한 결정이다. 법은 모든 국민을 위한 것이며 그 어떤 권력자도 법 위에 설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사법부는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 대답이 사법부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