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북 도내 지방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의원들의 일탈 행위는 단순한 도의적 비난을 넘어 생활정치 전반의 신뢰를 심각하게 갉아먹는 중대 사안이다. 특히 고창군의회 A 의원이 회식 자리에서 여성 공무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사건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충격적이고 파렴치한 범죄다. 피해자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해당 의원은 ‘기억나지 않는다’며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인의 책임은 기억력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는 더 이상 공직자로서의 자격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더욱 참담한 것은 이 사건 이후의 대응이다. 당사자의 부인과 변명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당과 의회의 침묵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읍·고창지역위원회는 이미 조사를 마쳤음에도 징계는 감감무소식이다. 이는 단순한 늑장 대응이 아니다. 사실상 방조와 공모의 구조가 지방의회와 정당 조직 내부에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제 식구 감싸기’라는 정치권의 고질적 병폐가 도민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창군의회 A 의원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지난해와 올해 전북도의회의 특정업자 사업수주 의혹, 군산시의회 의원의 성희롱 발언, 전주시의회의 외유성 연수, 그리고 이어지는 다양한 품위손상 행위들은 지방정치가 책임을 외면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더 이상 ‘개인의 일탈’이라는 말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 이는 구조적 문제이며 정치권 전반의 윤리 기준이 무너지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다.
지방의회는 도민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 현장의 최전선이다. 이곳에서조차 윤리와 책임이 실종된다면 도민은 과연 무엇을 믿고 정권교체를 기대하겠는가. 중앙정치가 아무리 변화를 이야기하더라도, 그 기초가 되는 지방정치가 무능하고 부패하고 윤리의식이 결여돼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모든 담론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도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정치, 책임을 지는 공직윤리는 그 무엇보다도 우선시되어야 한다.
지금 정국은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 이후 정권교체를 향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국민은 헌정질서 회복을 통한 더 나은 정치, 새로운 질서를 갈망하고 있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호소하는 정당 세력이 가장 하부 조직 내부의 썩은 뿌리를 방치한다면, 우리는 과연 누구를 향해 변화와 혁신을 외칠 수 있겠는가 말이다. 특히 선출직 공직자인 지방의원은 그 누구보다 높은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그 자리는 권력이 아닌 무한 봉사의 자리이며 특권이 아닌 도민에 대한 헌신의 자리다.
더불어민주당은 더 이상 두 손 놓고 침묵해서는 안된다. 고창군의회 A 의원을 포함한 모든 일탈 의원에 대해 신속하고 단호한 징계에 착수해야 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지방의회의 자정 능력 상실은 곧 정당 전체의 도덕성 붕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국민의 삶을 보듬고 책임지는 수권 정당의 자격을 얻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의 재발 방지를 위한 단호한 조치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