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의 이재명 후보 유죄 취지 파기환송심 판결은 유신정권 시절 인혁당 사건 이후 사법부에 최악의 재판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이재명은 절대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국민주권 찬탈’ 의지가 없었다면 원심 무죄 사건을 단 열흘 만에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지는 않았을 터다. 이 사건이 상고된 시점부터 열흘간에 걸쳐 진행된 절차에서 윤석열 내란세력의 재판개입 음모가 강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렇치 않고서야 그런 절차가, 그런 판결이 가능했겠는가. 대한민국의 최대 관심사인 대통령 선거를 판사 몇몇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을 만들었으니 이는 분명 ‘조희대가 감행한 사법쿠데타’다. 다행히 국민 여론을 의식한 서울고법이 어제 파기환송심 첫 재판을 대선 뒤인 6월 18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런 대법원의 만행을 비판한 청주지법 송경근 판사의 지적은 여전히 뼈를 때린다. 그의 글을 요약, 발췌해 올린다.
<국민이 주인입니다>
“대법원이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대법관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재판을 통해 정치를 한다.” 등의 국민적 비판이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DJ 정치자금 수사와 같이 선거철이 되면 진행 중이던 수사나 재판도 오해를 피하기 위해 중단했습니다. 도대체 이러한 사법 불신사태를 누가 왜 일으키고 있는지, 사상 초유의 이례적이고 무리한 절차진행이 가져온 이 사태를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선거 후 사법부가 입을 타격이 수습 가능할 것인지 그저 걱정될 뿐입니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고, 오이 밭에서 신발 고쳐 신지 말라.”, “결론과 절차가 공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정해 보여야 하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99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
법관생활 30여년 동안 참 많이 들어본 말입니다. 워낙 자질이 부족한 저로서는 이를 제대로 지키며 살지 못했지만, 대법원에 계신 ‘저스티스’들께서는 적어도 저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믿고 그 판결을 존중하였습니다. 6만 쪽이 넘는다는 방대한 기록을 이례적으로 항소심 선고 후 불과 2일 만에 정리하여 대법원으로 송부하고, 피고인의 답변서가 제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날인 4. 22. 소부 배당 후 즉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당일 오후 1차 합의기일을 갖고, 이틀 후인 4. 24일 2차 합의기일을 갖은 후 1주일 후인 5. 1.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30여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절차 진행이더군요.
1, 2심이 정반대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사안을 말입니다. 게다가 보도되는 판결이유를 살펴보니 사실관계 확정이 결론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라 사건기록도 열심히 보아야 했을 사건이더군요. 1, 2심의 결론이 다르고 그 심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그만큼 사실관계 확정 및 법리 적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아닌지요. 하기야 6만 쪽 정도는 한 나절이면 통독하여 즉시 결론을 내릴 수 있고, 피고인의 마음 속 구석구석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관심법까지, 그야말로 신통방통하고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지신 훌륭한 분들만 모이셨을 것이니... 아무 일도 아닌 것을 우둔한 제 기준에만 맞춘 기우인가 봅니다.
대법원이 대선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재명 대표의 사건을 심리할 때부터 저는 “대법원이 왜 정치를 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저런 무리한 행동을 할까”라고 의아해 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주심대법관이 불과 몇 개월 전 유사한 사건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항소심판결이 무죄 선고의 법리적 근거로 삼은 판결이 바로 위 판결이며, 파기환송 하더라도 절차와 시간상 대선 전에 확정판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사안이므로, 상고기각을 하려나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경우 “이재명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 날개 달아준 후 덕 보려고 한다”는 오해를 받게 될 것이고, 설령 파기환송을 하더라도 “어떻게든 선거에 영향을 주어 이재명 후보를 떨어뜨리려고 한다”는 오해를 받게 됨으로써,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든 “대법원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행위를 했다”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우리가 가진 재판권은 공부 잘 하고 시험 잘 보았다고 받은 포상이 아닙니다. 권력자가 준 것도, 변호사가 준 것도 아닙니다.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이 세상에 잘 할 수 있는 수많은 것들 중에 ‘공부’ 그것도 ‘법률공부’ 하나 잘 해서 법관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 사회와 사람들에 대한 공감능력, 인문학적 소양, 공직자로서의 자세 등 법률지식 못지 않게, 아니 그 보다 더 중요한 시민적 소양은 검증된 바 없습니다. 평범한 국민들 중에는 위와 같은 능력에 있어 우리 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만 모를 뿐입니다. 국민은 그저 지배대상이, 재판대상이 아닙니다. 우리를 임명한 주인입니다. 결국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청주지방법원 판사 송경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