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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더블 쿠데타, 사회적 항암 치료의 기회!(2)

강수돌 / 고려대 명예교수

셋째, 4월 22일, (윤석열이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3년 전) 선거법 위반(?) 사건을 직권으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고 (무려 6만~7만장에 이르는 1·2심 서류를 단 이틀 만에 검토한 듯) 24일 심리에서 합의한 뒤(10:2 유죄, ‘소수 의견’ 낸 이흥구, 오경미 제외), 29일엔 선고일(5월 1일)을 지정했다. 많은 이들이 조희대가 대법원 판결(사실상 차기 대선)에 영향을 미쳐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본다. 아니나 다를까. 5월 1일, 조희대 대법관은 이재명 건을 (무죄 선고한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에 대해 ‘유죄’ 결론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실은 ‘파기자판’을 통해 이재명을 구속하려 했으나 ‘혁명적 혼란’을 두려워해서 그나마 ‘파기환송’으로 귀결됐다는 소문도 있다.) 여하간, 이재명의 선거법 위반이 ‘중대’하다며, 사실상 6월 3일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한 의도에서 내린 판결이다. 기가 막히고 코도 막힌다.

내 경험에 근거해 보면, 5.1 대법 판결은 ‘대학 신입생의 어설픈 리포트보다 못한 수준’에 불과하다. 원래, 대법원은 (무죄 선고한) 고등법원의 판결 내용을 보고 그 법 적용이나 해석에 논리적 하자가 있는지 검토하는 과정인데, 이번엔 그런 검토보다는 오히려 법관들 개인의 판단과 추정으로 ‘정치적’ 결론을 내고 말았다(3권 분립 및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게다가 많은 이들은 4월 22일 전원합의체 회부(12명의 대법관)로부터 5월 1일 판결까지 쳐도 9일인데, 그 많은 서류들(약 6만~7만쪽)을 검토하려면 매일 300쪽짜리 책 20권씩 읽고 정리해야 하는데, 과연 이런 절차들의 준수 여부를 의심한다(내규 위반, 과잉금지 원칙 위배 등). 말로만 관련 문건을 ‘충분히 검토’했지 실제로는 ‘충분히 공모’만 했다. 다시 말해, 대법원다운 판결이 아닌, 대법원 스스로 자기 부정하는 결정을 내린 것!

대법원 재판관의 자질은 권위적인 옷이나 의자 높이가 아니라 엄밀하고 깊이 있는 법리 검토에서 나온다. 이번 결정에서 다수 의견을 낸 10명의 대법관들에게 이런 자질을 기대하는 건 ‘우물에서 숭늉 찾기’ 격이다. 여기서 박경리 선생의 ‘산다는 것’이란 시가 생각난다. 젊었을 때는 “인명재천”이라며 병원에도 잘 가지 않고 약도 잘 먹지 않았지만, 나이 팔십이 가까워오자 “아침마다 나는/ 혈압약을 꼬박꼬박 먹게 되었다/ 어쩐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고 고백한 시다. 약 하나 앞에서도 느낄 수 있는 민망함과 부끄러움을 과연 저 (많이 배웠다는) 재판관들은 전혀 느끼지 못하다니!

이 세 사례만 보더라도 우리는 윤석열의 12·3 내란에 이어 ‘사법 내란’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사법 쿠데타’를 통해 이재명 후보를 단칼에 제거하고 다시금 내란당의 권력 및 그간의 카르텔 체제를 유지하려 했다. 여기서, 윤석열이 ‘탈옥’ 후 집으로 가면서 “다 이기고 돌아왔다”며 호언장담한 진의가 바로 이거구나, 싶어 소름이 돋는다. 따라서 민주당과 야당들은 ‘모든 경우의 수’를 감안, 그 모든 쿠데타를 봉쇄해야 한다.

동시에 이런 일련의 사태는 윤석열과 같은 개인 중독자 차원을 넘어 행정 조직이나 사법 조직조차 ‘중독 조직’임을 경험적으로 보여준다. 중독 조직이란 일부 핵심 중독자(강자)들이 비정상적인 생각과 행동을 해도 모두가 그저 순종하면서 전체 조직이 병드는 걸 말한다. 혹시 누군가 쓴소리를 하면 당장 희생양으로 제거한다. 그렇게 조직(시스템) 전체가 썩어 간다. 대한민국 사회 역시 그렇게 중독 시스템이 되었다.
과연 우리는 판검사를 믿고 대한민국에서 편히 살 수 있는가? 특히, 김앤장 류의, 천문학적 돈을 요구하는 변호사들을 쓰지 않고도 진실을 가리고 민주주의를 세울 수 있을까? 예컨대, ‘사법 쿠데타’ 와중에 알려진 바, (천하무적으로 통하는) 김앤장의 서석호 변호사는 윤석열과 절친이며, 조희대, 김문수 등과도 학연으로 공고히 연결돼 있다 한다. 결국, 학벌과 돈, 권력 간의 ‘내부자 카르텔’이 대한민국 중독 시스템의 핵심이다. 과연 이를 얼마나 타파할 수 있는지가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여기서 희소식은, 윤석열과 조희대의 ‘더블 쿠데타’를 통해 그간 대한민국 중독 시스템을 곪게 한 암세포들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점! 이제 우리의 과제는 이 암세포 제거 수술을 잘 하고 천천히 사회적 항암 치료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는 ‘돈이 곧 진실’인 중독 사회를 극복하고 생태적이고도 민주적인 새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일단, 우리 자신의 실상을 직시해야 한다. 도시나 시골이나 학교 인근에 가면 종종 이런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다. 지금도 종종 그렇다. “경축: 제 OO회 졸업생 OOO, 사법고시 합격”, “경축: OOO씨 집 자제, OOO, 판검사 임용”…. 어려운 시험에 합격한 것을 축하하는 것이야 그렇다 쳐도 꼭 저렇게 현수막까지 걸어서 온 세상에 알려야 하나, 라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알고 보면 이런 모습은 당사자 개인들은 물론 그 학교나 가족과 같은 조직 자체가 얼마나 내면적으로 ‘강자 동일시’를 하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보여주는 증거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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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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