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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글서예, K-컬쳐의 축으로 육성하자


전북자치도가 한글서예를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여정을 본격 시작했다. 세계서예비엔날레관 착공을 기점으로, 오는 9월 제15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개최, 한글서예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 그리고 학교 현장으로 찾아가는 교육 확대 등 굵직한 사업들을 연이어 펼치고 있다. 이는 서예가 단순한 전통 예술의 범주를 넘어 K-컬처의 새로운 축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제는 이 흐름을 어떻게 체계적이고 지속가능하게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이다. 지상 3층 규모로 들어설 이 공간은 단순한 전시장이 아니다. 보존, 전시, 체험, 교육, 창업까지 서예문화의 전주기를 아우르는 복합문화 플랫폼으로서 기능할 것이다. 이는 서예문화의 인프라 구축이 새로운 창작과 산업화, 국제 교류의 거점으로 확장되는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격년제로 열리는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올해 한자 중심의 기존 구도에서 벗어나, 한글서예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청년작가 지원, 디지털 융합 전시 등 현대 예술의 흐름을 반영하는 시도 역시 바람직하다. 이는 한글서예가 고루한 전통 예술이라는 편견을 넘어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장르로 재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초가 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실질적인 세계화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우선, 인재 양성과 교육의 지속성이다. 이번에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찾아가는 한글서예 교육’은 정규 교과와 연계되거나 지역별 전문교육기관과 연결돼야 진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도 가속화해야 한다.

전통 서예의 감성과 미학은 디지털 매체와 결합될 때,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예컨대 디지털 캘리그래피 콘텐츠, 인터랙티브 전시, 메타버스 기반 서예 체험 공간 등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전북이 선도할 수 있다. 또한 국제 교류의 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단순히 외국 작가의 전시에 그치지 않고, 전북의 청년 서예인들이 해외에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기 레지던시나 국제 공동 프로젝트 등을 마련해야 한다. 동시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외교적 설득과 글로벌 공감대 형성을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전북의 이번 시도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정책과 예산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서예는 느림과 정갈함을 바탕으로 하는 예술이다. 그만큼 단기간의 성과보다 장기적인 안목이 요구된다. 중앙정부와 문화기관, 지자체, 민간이 함께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절실하다. 전북은 이미 한글서예의 문화적, 예술적 전통을 품고 있는 뿌리 깊은 지역이다. 이 전통성을 기반으로 현대성과 세계성을 아우르는 ‘K-서예’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은 단지 한 지역의 문화 사업을 넘어 한글과 한국문화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의미 있는 여정이다. 지금이야말로 전북이 그 선도적 역할을 적극 수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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