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우리는 오래 전부터 온갖 사회적 경쟁에서 강자 내지 승자가 온갖 기득권을 누리며 사는 모습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기보다 ‘나 역시 그렇게 되고 싶다’라든지 ‘내 자식이라도 저렇게 만들어야지’라는 소망을 품고 산다. 돈과 권력, 연줄을 맘껏 향유하며 사는 기득권층을 동경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기를 써서 기득권층이 되면 권력을 맘껏 누리면서 중독되는 ‘향유 중독’에 빠지고, 그 아래에 있는 대다수는 그런 기득권을 닮아가고 싶어 조바심에 안달하는 ‘동경 중독’에 빠진다. 그리하여 모두, 자기도 모르게 중독 메커니즘의 희생물이 된다. 그래도 현수막으로 축하하는 정도야 애교로 봐줄 수 있다. 그간 고생하고 노력한 보람을 느끼도록 한다는 점에서도 칭찬할 만하다. 다만, 그런 행위들이 ‘성공하지 못한’ 대다수 사람들에게 좌절감, 절망감, 상실감, 자괴감, 낭패감, 열패감, 열등감, 죄책감, 수치심을 안겨다 줄까봐 두려울 뿐이다.
그래서 그런 현수막보다 더 중요한 점은, ‘사법고시 합격 이후에 판검사가 되어 정말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라’고 부탁, 주문하는 일이다. 개인 성취보다 사회 정의가 더 중요한 가치관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그래서 이런 일이 단지 가족이나 지인 차원에서만 일어날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사회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즉, 사법연수원에서 판검사나 변호사들이 정식 임용되기 이전에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 같은 차원의 가치관 교육이 확실히 돼야 한다. 과거에 많은 교사들은 바람직한 인격체를 기른다는 일념으로 박봉도 마다 않고 정직하고 정의로운 길을 걸었다. 그런 분들처럼 판검사나 변호사들도 돈이나 권력에 중독되기보다 양심과 정의감으로 무장해 나라를 민주사회답게 만들면 좋겠다. 그리고 온갖 제도나 정책들을 그럴 수밖에 없도록 철저히 보강해 나가야 한다.
돈과 권력, 즉 물질적 이해관계에 중독된 사회에서는 입법, 사법, 행정, 교육, 언론, 종교 등 각종 조직들마저 중독 행위자가 되기 쉽다. 그런 사회나 조직에서는 개인들 역시 쉽게 중독자가 되어 상습적인 알코올 중독자처럼 살아간다. 그런 사회에서 그 누가 정직하고 성실하게, 진실되게 살려고 하겠는가? 그러다 보면, 사회 구성원 ‘모두’ 법의 타락은 물론, 사람의 타락, 그리하여 공멸의 세상에 빠지게 된다. 마치 2014년 세월호 배가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과 마찬가지로 2025년 대한민국 배가 세월호처럼 침몰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제 정신’을 가진 개인, 조직,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하여 비로소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대한민국, 선진국다운 대한민국, 민주주의다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이게 우리 후손들 앞에 부끄럽지 않게 사는 길, 후손들 앞에 ‘사회적 어른’으로서 떳떳이 뭔가 내세울 수 있는 길이다.
그래서 돈과 권력에 중독된 기득권층에게 말한다. 그럴 의지도, 용기도 없다면,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부작위), 그리하여 매일 좋은 음식이나 찾아다니고 손주들 재롱에 박수나 치며, 여행이나 헬스만 열심히 하는 것이 오히려 사회와 역사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개인적’ 차원의 권고보다 중요한 게 사회적 차원의 구조 변화다. 내가 보기에 아직 내란 사태는 종식되지 않았고, ‘비정상의 정상화’나 ‘정상성의 일상화’ 역시 요원하다. 따라서 민주당과 야당들, 그리고 ‘빛의 혁명’을 이뤄내고자 하는 민주 시민들은 다음 몇 가지를 절박한 과제로 삼을 필요가 있다.
첫째, 조희대의 ‘사법 내란’ 프로그램에 따라 정해진 고등법원 파기 환송심 첫 기일이 5월 15일에서 6월 18일로 연기되었다지만 지금은 ‘정상적’ 시기가 아닌, ‘사법 내란의 시간’이므로, ‘계엄의 밤’처럼 비상 대처가 필요하다. 즉 5.1 대법원 판결의 ‘무효화’와 ‘조희대(사법 쿠데타) 특검’이다. 12.3 윤석열의 비상계엄이 불법으로 선언되고 탄핵되었듯이, 조희대의 대법원 판결 역시 중차대한 절차상 하자, 그리고 내용상 하자를 안고 있기에 해당자들(지귀연, 심우정, 조희대 등)을 탄핵하고 ‘5.1 대법원 판결 무효’를 선언할 필요가 있다. 일 분, 일 초가 급하다. 물론, 대선에서 이재명이 승리하면 고법 재판이 최소한 5년간 연기되고 사실상 무죄 결정될 것이지만 결코 안심할 순 없다. 여차하면 실효성 있게 전투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내란 세력들은 기존의 ‘합리적’ 상식과 관행을 완전히 짓밟아 왔음을 기억하자.
둘째, 향후 (중장기적으로) 대법원 재판관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정원수는 물론, 선출 절차를 민주적으로 쇄신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경우 연방대법관 360명이 5개 분야별로 하급심들의 ‘법리 적용’ 검토를 한다. 우리의 경우도 지금보다 10~20배 늘리면 좋겠다. 한편, 안 그래도 권력을 집중 장악한 대통령이 중요 재판관들의 추천까지 상당수 독점하는 비민주적 관행은 없애야 한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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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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