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19일, 대한민국의 사법부 중심지 중 하나인 서울서부지방법원은 믿기 어려운 공격을 받았다. 백주대낮에 법원 건물에 난입한 폭도들은 벽돌을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기물을 파손했으며, 심지어 현장에서 질서를 유지하던 경찰관들까지 폭행했다. TV로 생중계되며 벌어진 이 충격적인 사태는 단순한 물리적 충돌이나 우발적 소란이 아니다.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에 대한 명백한 테러이자, 헌정질서를 정면으로 유린한 극우 세력의 준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그 폭력의 중대성에 비해 턱없이 미온적이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솜방망이 처벌이다.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사회질서를 교란한 폭도들에게 법의 자비를 베풀어서는 안된다. 이는 미래 범죄에 용기를 주는 꼴이다. 대학입시에 사용되지도 않는 어느 지방대학의 표창장이 위조됐다는 이유로 징역 4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한 법원이다. 이런 판결을 보면 마치 다음에라도 법원에 불만이 있으면 난입해서 기물을 파괴해도 가볍게 처벌하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는 ‘폭력의 악령’이 되살아나는 참담한 현실 앞에 서 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진성 판사는 최근 서부지법 난입 사건에 가담한 김모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소모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실형이 선고되었다는 점에서 일견 사법부의 단호한 입장이 엿보이지만, 그 형량은 사건의 성격과 피해 규모,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위협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가볍다. 이들은 단순한 시위자가 아니다. 법원 내부를 휘젓고 다니며 해당 판사를 색출하려 했으며,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에게까지 폭력을 행사한 조직적 범죄자들이다.
판결문에서도 밝혔듯 “사법부의 영장 발부를 정치적 음모로 규정하고 응징해야 한다는 집념과 집착”이 그들의 폭력을 낳았다. 이는 우발이 아닌 계획된 테러다. 법치주의를 흔들고 민주적 제도를 붕괴시키려는 반사회적 정치 폭력에 다른 이름을 붙일 이유는 없다. 이 폭력은 더 이상 일부 극단적 지지자들의 일탈로 치부될 수 없다. 사건 이후에도 전광훈 목사를 추종하는 세력과 극우 유튜버들과 단체들은 “헌재에 불을 지르겠다”는 극언을 퍼뜨리고, 대학 캠퍼스에 난입해 욕설과 폭행을 동반한 불법 집회를 감행했다. 이들의 행동 양상은 특정 정치세력의 사법적 위기에 대한 분노 표출을 넘어선다.
이는 80년 전 해방 공간에서 벌어졌던 우익 백색테러의 망령을 부활시키는 자의적 폭력의 발현이며, 실질적인 ‘현대판 폭력정치’의 재연이다. 폭력과 증오를 통해 세를 확장하고, 법과 제도를 무력화하려는 세력은 민주주의의 공존 원칙과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내란적 존재로 인식되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극우 폭력 세력을 비호하거나 정당화하는 ‘공범’들이 사회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부지법을 습격한 이들을 ‘애국자’로 미화하며 박수쳤던 목소리, 그리고 그 배후에서 이를 선동하고 조장한 인물들은 지금도 건재하다.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극우적 종교 지도자들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이들과 손잡은 유튜버, 일부 정치세력까지 그 범위는 넓고 깊다. 그들의 선동과 왜곡, 그리고 불법 집회는 단순한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공공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이며, 폭력행위를 유도한 명백한 범죄적 공모다.
서부지법 난입 사태는 민주공화국의 가장 기초적인 원칙을 무너뜨린 반역에 가까운 행위다. 그러함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 사태의 본질을 회피하고 있으며 사법부 역시 일부 가담자에게 국한된 처벌로 사건을 마무리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대로 두고 본다면, 폭력은 다시금 ‘정치적 수단’으로 부활할 것이다. 법치가 허물어질 때 민주주의는 무력해지고, 헌정질서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사법부는 이번 사건을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더 이상 솜방망이 처벌을 해서는 안된다. 난입 사태에 연루된 전원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벌해야 하며, 특히 배후에서 폭력을 선동하고 조직화한 자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재판이 병행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관용을 통해 발전하지만, 그 관용은 헌법과 법치를 수호하는 이들에게만 해당된다. 법원을 유린한 자들에게 관용이란 곧 무책임이며, 침묵은 동조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이제는 시민 사회도 더 이상 방관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폭력과 혐오에 침묵하는 사회는 그 침묵의 대가를 고통으로 치르게 마련이다. 언론은 이 사태를 단순한 해프닝이나 일부 세력의 일탈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확한 진실의 전달과 지속적인 감시, 공적 기억의 형성이다. 교육과 문화,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민주주의의 원칙과 공공의 가치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 이러한 다층적 대응만이 폭력의 재발을 막고 다시는 법원이 공격당하지 않는 나라를 만드는 길이다. 오늘 우리가 외면한다면, 내일은 더 큰 위협이 우리 공동체를 삼킬 것이다.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스스로를 방어할 때만 살아남는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그 방어의 최전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