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지귀연 재판장이 윤석열 내란죄 심리를 맡고 있는 가운데 신성한 법정에서 벌어진 자신의 ‘의혹 해명’ 발언은 그 자체로 사법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중대한 사태다. 지 판사는 엊그제 열린 내란 재판에 앞서 “나는 삼겹살과 소맥을 먹는 사람이지 룸살롱에 가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자신에게 제기된 접대 의혹을 부인했다. 문제는 그 장소와 시점이다.
이 발언이 이뤄진 곳은 공공의 사법절차가 진행되는 법정이었으며 청중은 검사와 변호인, 피고인, 그리고 방청인이었다. 이는 명백한 법정 사유화이며,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냉철하게 진행되어야 할 내란죄 재판을, 피고인이 아닌 재판장 본인의 입장 해명 무대로 전락시킨 초유의 사건이다.
지귀연 판사에게 제기된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는 향후 감찰과 수사를 통해 가려질 문제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명확한 것은,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점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노상원 등 국가 최고위 공직을 역임한 인물들이 연루된 내란죄 사건은 단순한 형사사건이 아닌 헌정질서 수호의 중대한 고비다.
그런데 이처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재판의 중심에 서 있는 판사가 자신의 비리 의혹을 해명하며, “중요한 재판 중 판사에 대한 의혹 제기는 부적절하다”는 식의 자기 변명을 펴는 것은 사실상 재판의 공정성을 스스로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 이는 판사가 국민을 상대로 “날 공격하면 재판이 흔들린다”는 협박이 아니고 무엇인가.
지 판사는 재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방패’ 삼아 본인에게 제기된 의혹을 역으로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한 셈이다. 이는 재판장이 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선택이며, 결과적으로 ‘사법의 독립’이라는 미명 아래 ‘사법의 불투명성’과 ‘자기보호’를 꾀한 행위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특히 그간 윤석열 피고인에 대한 비공개 재판 진행, 구속 후 특혜 논란, 지하통로 출입 등 지 판사의 재판 운영 방식에 대한 국민 불신이 임계점에 달한 상황에서 이번 해명 발언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신뢰 파산’ 사건이다.
이제 지 판사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다. 즉시 윤석열 내란죄 재판에서 손을 떼고 관련 의혹에 대해 성실히 감찰과 수사를 받아야 한다. 이 재판은 한 개인의 명예를 지키는 자리가 아니라, 민주헌정질서를 파괴한 혐의를 받는 내란수괴와 중요임무종사자에 대한 법의 심판대다. 더 이상 사법의 신뢰를 훼손시키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 만약 대법원이 이번 사태에 대해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앞으로 어떤 판사라도 법정을 사유화하며, 본인의 사익을 변호하는 전례를 답습하게 될 것이다.
사법부는 지금이라도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공정성에 대한 의심이 단 1%라도 존재하면 재판에서 물러나는 것이 법관의 최소한의 태도”라는 원칙이 왜 지귀연 판사에게만 예외인가. 국민은 신뢰를 훼손한 사법부에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지 판사의 사퇴와 수사 전환은 정의의 회복이자, 법치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