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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씨, 말을 하세요!(1)

유시민 / 작가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 출석을 거부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그들은 내용이 다 비슷비슷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대표 사례로 대법원장의 불출석 사유 요지를 보겠다.

“최근 대법원에서 선고한 판결과 관련한 이번 청문회는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하여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을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 제103조, 합의 과정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제65조, 재판에 관한 국정조사의 한계를 담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8조, 국회법 제37조 등의 규정과 취지에 반한다.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기 위해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

여기서 ‘최근 선고한 판결’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던 이재명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5월 1일의 대법원 판결을 가리킨다. (편의상 지금부터 직함을 모두 생략하겠다) 조희대가 아주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다. 헌법과 법률에 그런 조항들이 있으니 그걸 방패 삼아 국회 청문회 출석을 거부할 수는 있다. 청문회에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처벌을 받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헌법을 지키려고 출석을 거부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조희대와 대법관들에게 따지고 싶은 것이 많지만, 다른 것은 다 젖혀 두고 오늘은 이 문제만 이야기하겠다.

조희대 씨한테 묻는다. 대법원장이 청문회에서 국회의원의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어떻게 헌법 위반이 될 수 있는가? 당신이 거론한 헌법 제103조는 이렇게 말한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당신은 ‘독립하여’라는 말을 불출석 사유로 들었다. 국회가 대법원장의 청문회 출석을 요구한 것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판사가 ‘독립하여 심판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외부 권력의 압력이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재판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그대가 실천하면 될 일 아닌가. 질의응답 장소가 국회라고 해서 못할 이유가 무에 있는가.

국회 청문회에서 국회의원이 판사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나? 사실을 확인하거나, 확인한 사실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거나, 대법원의 판결 과정과 내용을 헌법과 법률과 논리의 규칙에 비추어 비판하는 것이 전부다. 총칼로 협박하거나 돈으로 매수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법관의 독립성을 해치는 언행을 할 경우에는 국민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반박하고 비판하면 된다. 법률이 공개하지 못하게 한 재판부의 합의 과정에 대한 정보는 대답을 거절하면 그만이다.

나는 주권자인 국민으로서 조희대한테 묻고 싶은 것이 많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왜 기자의 질문을 받지 않는가. 국민을 대신해서 국회의원이 물어보겠다고 청문회 출석을 요구했는데 왜 그마저 거부하는가. 당신은 헌법 제7조가 말하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공무원이 아닌가. 왜 대법원 내규를 모조리 어기면서 그토록 서둘러 이재명 선거법 사건을 처리했는가? 하급심 소송기록을 한 번이라도 읽어보았는가? 7만 쪽 넘는다는 소송기록을 복사하거나 전자문서로 만들어 대법관들에게 전달했다는 증거를 왜 내지 않는가? 그것을 읽지 않았다면 무엇을 근거로 항소심과는 전혀 다른 사실 판단을 했는가? 지금까지 다른 사건들도 하급심 소송서류를 보지 않고 판결했는가?

대법원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에 대한 입장을 왜 정하지 않는가?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에도 재판을 계속할지 여부에 대해 사건 담당 판사들이 알아서 판단하게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형사소송법 제66조를 위반하면서 내란수괴 피고인을 석방한 지귀연을 왜 징계하지 않는가? 그가 내란 주요종사자들 재판을 완전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을 방치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룸살롱 향응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왜 즉각 감찰을 실시하지 않았는가?

조희대 씨는 공무원이다. 언론과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서 하는 질문에 대답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을 것 같다. 자신을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공무원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의 규제를 받지 않는 ‘사회적 특수계급’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조희대는 “사회적 특수계급의 제도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어떠한 형태로도 이를 창설할 수 없다”고 한 헌법 제11조 제2항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법복귀족(法服貴族)’이다. ‘법복귀족’은 헌법과 법률을 자신의 특권을 지키는 도구로 쓴다. 진실과 정의와 국민을 위해 쓰지 않는다.

아무 근거 없이 비난하는 게 아니다. 자신을 ‘법복귀족’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하지 않을 언행을 하기에 하는 말이다. 국회가 왜 조희대와 대법관들을 청문회에 불렀는가? 이재명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방식으로 대선에 개입하려 하지 않았는지 의심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이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를 판단하려고 그들을 불렀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에게 헌법과 법률을 따를 책무를 부여했다. 그렇게 하라고 독립성을 보장해 주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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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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