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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만금 국가정원, 명분을 실현의 이정표로 바꾸자


새만금 국가정원 조성이 이재명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대선 공약으로 채택되면서 본격적인 추진의 전환점을 맞이할 가능성이 커졌다. 총사업비 5,472억 원, 조성 면적 100만㎡에 달하는 이 대형 프로젝트는 2026년 착공, 203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현된다면 새만금은 순천만과 울산 태화강에 이어 대한민국 세 번째 국가정원이자 서해안 생태관광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다.

전북도와 김제시는 새만금의 지정학적 상징성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강조하며 처음부터 ‘국가정원’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기존 순천만이나 태화강이 지방정원으로 시작해 그 성과를 토대로 국가정원으로 승격된 전례와는 다른 방식이다. 물론 이는 정부 예산 확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성과 기반의 단계적 승격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만금은 단순한 지방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개발의 상징이자 균형발전의 시험대라는 점에서 예외적 접근이 필요하다.

전북도는 순천만국가정원이 연간 900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한 점을 들어 새만금 국가정원이 조성될 경우 3조4천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4천3백억원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러한 전망이 단순한 기대치에 그치지 않으려면 경제성뿐만 아니라 생태적, 문화적 가치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새만금 국가정원은 단순한 녹지 조성사업이 아니라, 환경 회복과 탄소중립, 관광과 교육, 지역경제 활성화를 한데 엮는 통합 프로젝트로 기획돼야 한다.

그러나 넘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우선, 100ha에 달하는 부지 확보가 간단치 않다. 새만금 지역은 산업과 농업용지 수요가 높은 곳으로, 정원 조성을 위한 용도 변경과 관계기관 협의는 긴 시간과 세심한 조율을 요구한다. 더불어 인근에 추진 중인 새만금 수목원 사업과의 중복·혼선 우려도 사전에 해소해야 한다. 정원이 단순한 녹지 공간을 넘어 국가급 관광·문화 인프라로 기능하려면 이러한 공간 간 기능 분담과 조화가 전제돼야 한다.

접근성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순천만국가정원이 KTX와 고속도로 등 뛰어난 교통 인프라를 갖춘 반면 새만금 주변은 여전히 교통망이 부족하다. 정원이 완공된다 해도 찾아오는 길이 불편하다면 관광객 유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정원 조성과 동시에 도로, 철도 등 교통망 확충 계획이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정치권과 지자체의 강한 추진력과 설득력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전북도는 산림청과 기재부 등 관계 부처를 대상으로 명확한 사업 계획과 필요성을 설명하고 새만금 국가정원이 국가 미래전략의 일환임을 설득해야 한다.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액션플랜과 예산 반영이 필수적이다. 새만금 국가정원은 지역의 미래를 여는 관문이자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이 될 수 있다. 현실의 제약 속에서도 그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는 책임과 의지가 지금 요구된다. 정책의 명분을 실현의 이정표로 바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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