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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의 변절, 역사의 심판이 기다린다

김관춘 / 논설위원

민주당의 뿌리 깊은 전통과 함께 걸어온 정치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마침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지난 27일, 그는 느닷없이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선택의 차원을 넘어선 일이다. 민주주의 가치를 함께 지켜온 유권자들과, 그를 오랜 시간 믿고 지지해온 국민에 대한 참담한 배신이자, 민주개혁 진영 전체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이낙연 전 총리는 선친 때부터 민주당의 뿌리를 함께 해온 인물이었다. 정치 초년부터 민주당의 깃발 아래 활동하며, 국회의원, 도지사, 국무총리라는 중책을 잇달아 맡아왔다. 그 길 위에서 그는 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왔고, 민주진영의 일원이라는 상징성으로 숱한 정치적 혜택을 누려왔다. 그러나 지금 그가 선택한 길은, 그런 오랜 정치적 여정을 스스로 부정하고 짓밟는 배신의 길이다.

문제는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2021년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결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승복’이라는 기본적 민주주의 원칙조차 흔들리게 했다. 이미 그때부터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정치적 야욕과 이중성은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민주당의 이름으로 정치적 자산을 축적해 놓고, 이제 와서 그 이름을 던지고 민주주의를 유린한 내란세력과 손을 잡은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명백한 정치적 변절이며, 자신을 믿어준 국민에 대한 배반이다.

더욱이 그의 지지 선언은 민주개혁 진영의 핵심적 가치인 ‘헌정질서 수호’와 ‘촛불 민심’의 완전한 부정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수년간 국정농단 세력과 결탁하며 대한민국 헌정을 심각하게 훼손했던 주범이다. 그런 정당의 품에 기꺼이 안긴다는 것은 단순한 이념의 전환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이며, 역사의 진보를 거스르는 반역에 가깝다.

그가 지지선언을 통해 내세운 ‘국민통합’이란 명분 또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국민통합이란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한 세력과 손을 잡는 일이 정당화된다면, 이 나라의 정치적 도덕성은 회복 불가능한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통합이란 정의의 회피가 아니라, 진실 위에 바로 세워져야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 전 총리는 그 통합이라는 가면 뒤에 자신의 정치적 생존과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하는 얄팍한 계산을 숨겨놓고 있다. 그 얕은 계산은 국민을 기만하고, 민주 진영의 정통성을 침해하는 결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전 총리가 지지를 선언한 상대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조차 무시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무를 지속적으로 방기해 온 세력이다. 그동안 민주당의 이름 아래 이 전 총리가 강조해 왔던 복지, 평등, 정의의 가치는 어디로 갔는가. 결국 그의 정치 인생은 단지 이념도, 가치도 아닌, 유불리에 따라 움직이는 권력 지향적 행보였음이 명백히 드러난 셈이다. 민심은 그런 위선에 더 이상 속지 않는다.

민주당은 지금 위기 속에서 뼈를 깎는 반성과 쇄신을 요구받고 있다. 그 어떤 정치인도 당의 위기와 국민의 상처 위에 개인의 영달을 쌓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 전 총리의 사례는 그런 교훈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반면교사로 길이 남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명료한 선 긋기와 단호한 결별이다. 정치는 신뢰다. 그리고 그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된다. 이 전 총리는 자신의 말과 행동의 간극을 좁히지 못했고 끝내는 그 괴리가 본색이었음을 자인하는 꼴에 이르렀다. 그러므로 그에 대한 실망은 단지 한 정치인의 탈선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를 통해 기대를 품었던 수많은 지지층과 특히 호남 민심 전체에 대한 모독이자 정치적 배신인 것이다.

호남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로, 숱한 피와 눈물로 지켜낸 자존심의 상징이다. 그 호남의 이름으로, 그 정신을 품고 자라난 정치인이 지금 내란세력의 앞잡이 노릇을 자처하는 현실은 실로 참담하다. 이는 호남 민심에 대한 모욕이자, 그가 쌓아올린 정치인생의 전면적 부정이다. 정치적 갈림길에서 타협과 원칙 사이에서 늘 원칙을 외치던 그는 이제 더 이상 국민 누구에게도 ‘신뢰’라는 단어로 평가받을 수 없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은 역사 앞에 낱낱이 기록된다. 이 전 총리의 이번 선택은 그가 진정 누구였는지를 명확히 드러낸다. 민주당의 이름을 빌려 단물을 빨던 그가, 결국 단물이 떨어지자 내던진 것이 민주주의였다는 사실은 냉엄한 진실이다. 국민은 기억할 것이다. 어떤 정치인이 어떤 시기에, 누구의 손을 잡았는지를.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가 공동체를 얼마나 위태롭게 했는지를. 이 전 총리는 자신의 이름 앞에 새겨질 그 ‘배신’의 낙인을 결코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역사의 평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결코 피할 수는 없다. 이 전 총리가 등에 업고 있던 기대가 크면 클수록, 그에 대한 실망과 분노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제 그는 그 모든 책임을 온전히 감당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민주주의를 배신한 자가 마주해야 할 냉엄한 대가이며, 국민과 역사 앞에서 피할 수 없는 심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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