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낙후된 외딴 공간’으로 인식되던 섬이 지금, 전북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탈바꿈하고 있다. 사람이 살고 일하고 꿈을 꿀 수 있는 공간으로서, 섬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북자치도가 1천71억의 예산을 투입해 도내 유인도서 25개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4대 섬 지원사업은 그 상징적 시도이자 실질적 면모 일신의 전환점이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점은, 이번 사업이 단순히 기반시설을 놓는 데만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한 섬’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도로와 방파제, 물양장, 인도교 등 필수 인프라를 확충하는 ‘섬발전사업’은 이미 27개 사업이 완료되었고 군산 선유도 관광로와 고창 내죽도 방파제처럼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실질적 혜택을 주는 사례도 등장했다. 올해 말까지 말도·명도·방축도를 잇는 인도교 설치까지 완료되면 섬 간 접근성과 생활 편의성은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또한 ‘섬지역 특성화사업’은 행정 주도가 아닌 주민 주도형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역 자원을 활용한 오토캠핑장, 어촌관광농원 등의 맞춤형 시설은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공동체 회복이라는 사회적 가치까지 포괄한다. 이는 그간 섬이 겪어온 ‘고립의 역사’를 극복하려는 전북도의 새로운 접근이자 주민의 자립 가능성을 넓히는 진정한 분권의 실현이다.
에너지 인프라를 개선하는 LPG시설 구축사업, 인구 10명 미만의 소규모 섬이 무인도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작은섬 공도방지사업’ 역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단지 거주환경 개선을 넘어서, 사람이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줌으로써 섬을 국가 영토의 실질적 일부로 연결시키는 작업이다. 특히 고창 외죽도나 군산 죽도 같은 작은 섬들이 여기에 포함된 것은, 전북도가 행정의 사각지대를 세심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 시행된 ‘국토외곽 먼섬 지원 특별법’과 연계된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어청도, 상왕등도, 하왕등도 등 국토의 최외곽에 위치한 섬들을 대상으로 한 종합발전계획 수립은 해양주권 강화라는 국가적 과제를 전북도가 지역 차원에서 실현해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토 수호의 전초기지로서 섬의 전략적 가치를 되살리는 동시에 그곳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균형발전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이제 섬은 전북의 미래다. 해양관광, 수산자원, 재생에너지 등 섬이 가진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전북도의 이번 섬 지원사업은 지역균형 발전의 모범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실현되기 위해선 지속적인 예산 지원과 더불어 주민과 지자체, 정부가 함께 만들어가는 긴 호흡의 협치가 필요하다.
섬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다.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과 역사, 문화, 그리고 국가의 미래가 함께 깃들어 있다. 이를 기반으로 관광·문화·안보 등 다양한 측면에서 섬의 전략적 가치를 키워 지속가능한 발전모델로 삼아야 한다. 전북의 섬이 ‘끝’이 아닌 ‘시작’이 되는 순간, 대한민국의 지역균형발전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