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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전북 경제, 돌파구를 찾자

김관춘 / 논설위원

전북자치도가 최근 글로벌 및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경제위기 대응 시스템’ 구축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 20일에는 한국은행 전북본부, 호남지방통계청 전주사무소 등 9개 유관기관과 함께 실무협의 TF 킥오프회의를 열고, 경제위기 대응 시스템의 방향성과 조기경보지수 개발을 포함한 연구용역의 필요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경제 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한 첫걸음으로, TF를 출범시킨 전북자치도의 대응은 타 시·도에 모범이 될 만한 선제적 시도이자 바람직한 정책적 모색이다.

오늘날 경제 환경은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위기의 연속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최근의 이란-이스라엘 전쟁, 그리고 기후 위기 등 구조적 리스크가 겹치며 전 세계는 저성장·고불확실성의 늪에 빠져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8%로 하향 조정한 것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 역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高 현상’과 건설경기 침체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KDI 등 국내 주요 경제연구기관조차도 올해 성장률을 1%대에서 0.8%로 낮춰 전망할 만큼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 같은 현실은 중앙정부의 거시경제 대책만으로는 지역 경제의 고유한 문제와 위기를 제때 진단하고 해소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북도가 ‘지역특화형 경제위기 대응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는 배경과 그 시의성이 강조된다. 전북은 제조업 비중이 낮고, 농생명 산업 중심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국가 전체 경기 흐름과는 다른 양상의 변동성을 보이기 쉽다. 이런 지역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조기경보체계를 갖추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이번에 전북자치도가 제정한 ‘경제위기대응 시스템 구축·운영 조례’는 지역단위 경제관리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는 단순히 일회성 정책이 아닌 지속가능한 대응 체계를 법제화했다는 뜻이며, 지역경제의 미래를 체계적으로 대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고 있다. 여기에 기반해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실무협의 TF에서 유관기관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시스템의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은 매우 합리적이고도 필요충분한 접근이다.

경제위기 대응 시스템이 실효성을 갖추기 위해선 몇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우선, 지역경제의 변화 흐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정밀한 경제지표 모니터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전북자치도 단독이 아닌 통계청, 한국은행 등 유관기관과의 유기적인 협업이 필수적이다. 다음으로는,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하여 경기 침체의 전조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는 경보지수 개발이 요구된다. 단순한 데이터 축적을 넘어, 예측 가능성과 실질적 정책 대응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돼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이 모든 과정이 ‘행정 편의’가 아닌 ‘현장 중심’으로 설계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위기 대응은 책상 위 보고서가 아닌, 실제 지역 주민과 기업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실천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도민과 기업들의 수용성을 적극 고려해서 추진되어야 정책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이번 TF 출범은 그런 면에서 전북의 경제정책이 중앙 주도형 대응에서 벗어나, 독자적 분석과 판단을 통한 선제적 대응 체계로 나아가려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특히 실무협의 TF에 다양한 경제 전문가를 참여시켜 이론과 현장을 아우르는 구조를 설계한 점은 실효성 있는 정책 도출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나아가 TF 활동이 단발성 자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반영하는 상시체제로 정착된다면, 이는 전국 최초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지금은 과거처럼 중앙정부의 성장 전략에 의존하거나, 낙수효과에 기대어 안주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각 지방정부가 지역 여건에 맞는 정책을 발굴하고, 위기를 관리·예방하며,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경제 운용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전북자치도의 이번 시도는 단순한 지역정책이 아닌, 우리 경제 전체의 건강한 분권적 재편을 위한 중요한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실행력이다. 계획이 아무리 훌륭해도, 현장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전북자치도는 TF 논의 결과를 구체적 정책으로 정리해 내는 추진력과 함께, 행정 내부의 시스템화, 도의회와의 협력, 지역 기업 및 민간 부문과의 소통을 통해 경제위기 대응 시스템이 실효성을 갖춘 ‘살아있는 체계’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TF 출범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도록, 도민 전체의 관심과 지원도 필요하다. 전북은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것인가, 아니면 기회를 놓치고 침체의 나락으로 빠질 것인가. 경제는 타이밍과 선택의 문제다. 이제 전북의 전략적 선택이 도민의 미래를 좌우할 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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