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주목되는 실용 외교의 진화 '사령탑 역량'이 관건 (1)

조성렬 /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이 되어간다.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외교안보·국방·대북통일 분야에 국한해 본다면 2022년 대선공약과 뚜렷한 차이가 드러난다. 먼저, 공약 체계가 확연히 달라졌다. 2022년 대선공약집은 대북(평화번영), 외교(실용외교), 국방(스마트강국)의 순이었다. 그런데 2025년 대선공약집에서는 국방개혁(내란극복), 외교·대북(경제안보와 한반도 평화), 방위산업(신산업 집중육성)의 순이다. 국방개혁을 맨 앞에 배치하고 다음으로 경제외교가 들어왔고 그 뒤를 전통외교와 대북 공약이 뒤를 이었으며 맨 마지막에 방위산업 육성이 포함됐다.

이번 대선이 내란 성격의 불법계엄으로 야기된 것이기 때문에 내란 극복에 맞춘 국방개혁이 맨앞에 오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혼란한 국제통상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안보가 강조된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적대적 2국가론에 따른 남북관계 단절로 지난 2022년 맨 앞에 기술했던 대북 항목이 뒤로 밀렸다. 방위산업은 별도의 신산업육성 항목에서 다뤄졌다.

공약 내용도 크게 달라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북 공약의 축소이다. 2022년 공약집에서는 5개 항목이었지만, 2025년 공약집에서는 3개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북핵 협상이나 남북 군비통제 항목은 외교부나 국방부의 과제다. 순수한 통일부 과제는 ‘남북인도주의 협력과 교류협력의 모색과 추진’, 한 항목뿐이다. 2022년 공약에 등장했던 ‘종전선언’와 ‘한반도 평화경제체제’가 삭제되었고 ‘평화협정’도 ‘핵협상 진전에 따른다’고 조건화하여 현상변경적인 적극적인 공약이 사라졌다. 이에 비해 ‘9.19 군사합의’ 복원, 통일방안의 발전 방안 마련, 평화경제의 중장기 추진 등 현상유지적인 내용으로 공약이 바뀌었다.

외교분야는 변화된 국제정세를 반영했다. 똑같이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내걸었지만, 내용 면에서는 ‘미·중 균형외교’에서 ‘한‧미, 한·미·일 협력 + 중·러·북 관리’로 크게 바뀌었다. 북핵 문제의 해결에서도 2022년 공약은 한국의 주도성을 강조했지만, 2025년 공약에서는 이를 빼고 ‘북·미 핵협상 촉진’으로 바꾸어 사실상 북·미 직접대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국방분야도 신중한 자세로 바뀌었다. 내란극복을 위한 국방개혁은 별도로 하더라도, 2022년 공약에서 내건 ‘선택적 모병제’는 여군 비율 확대, 군무원의 국방부 근무 허용을 포함하는 ‘병력모집의 다양화’로 변경되었다. 또한 ‘임기 내 전작권 환수’도 ‘전작권 환수 추진’으로 다소 유연한 입장으로 바뀌었다.

외교공약에서 첫 번째를 차지한 것은 경제외교다. 국제 통상환경의 변화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과학기술 외교와 양자·소다자 경제대화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경제안보 컨트럴타워를 구축하고 민관 공동대응 체계를 상설화하며 재외공관을 수출·수주의 전진기지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핵심은 단연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다. 한미관계에 대해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하고 호혜적 관계에 기반한 미래동맹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을 밝혔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관세, 방위비분담금 등 현안 해결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그 외에도 경제, 군사, 첨단기술 등에서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호혜적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공약은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위해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유지 발전함과 동시에 한·중·일 3국 체제를 정례화해 역내 협력을 강화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6월 4일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동맹의 현대화’가 필요하다면서 한·미·일 3자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주한미군의 역외 역할 확대나 일부 감축이 이루어지거나 5월 31일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언급한 중국을 겨냥한 통합미사일방어체계(IAMD)에 한국 참가를 요구받게 될 경우,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는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

공약에서 밝힌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1.5트랙의 한일 미래위원회를 신설해 양국 협력 및 현안의 포괄적인 해결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불안정한 통상환경에 공동대응하기 위해 포괄·점진적 범태평양파트너십협정(CPTTP) 가입 및 한일 FTA를 재추진한다. 또한 과거사 문제에서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되, 강제동원피해자 문제의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제3자 변제안을 유지한다. 아울러 한일 인적교류를 더욱 활성화하고 일본대중문화를 완전히 개방한다.

공약은 한·러 관계에 대해 안정적 관리라는 소극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북·러 군사협력이 유지되고 있고 아직 북한군이 러시아에 잔류하고 있는 현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북한군이 철수하게 되면 한·러 관계는 크게 개선될 수 있다. 먼저 푸틴 대통령을 경주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초청하고 이를 계기로 양국 관계를 복원, 한국기업의 재진출 등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간다. 한·러 간의 다각적 협력을 강화해 「북‧러 조약」을 사문화(死文化)시키고 북·러 군사협력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 <계속>


*  *  *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