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완주 통합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엊그제 김관영 도지사가 완주군청을 방문해 유희태 군수로부터 지역발전 현황과 과제 등을 보고받았으나, 당초 예정됐던 ‘완주군민과의 대화’는 통합 반대 주민들과 군의회의 격렬한 항의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는 작년 7월과 올해 3월에 이어 세 번째로 ‘도민과의 대화’가 좌절된 것이다.
이날 완주군청 앞은 통합 반대를 외치는 주민들과 군의원들의 항의성 삭발, 피켓 시위, 격렬한 구호로 뒤덮였다. 김 지사가 군청에서 비공개 업무보고를 받는 동안에도 문예회관으로 예정됐던 주민 간담회는 끝내 열리지 못하고 도지사는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대신해야 했다. 이 같은 상황은 전주·완주 통합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둘러싸고 지역 내 갈등이 얼마나 깊고 복잡한지를 웅변한다.
특히 완주군의회의 공개적인 반대와 주민들의 극렬한 시위는 단순한 의견 차원을 넘어 정치적, 정서적 반감이 누적돼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배경에서 김 도지사의 일방적인 방문과 대화 시도는 충분한 준비와 사전 설득 없이 추진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통합의 찬반을 떠나, 주민 개개인의 목소리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데 있다. 통합 논의는 행정구역 개편 이상의 문제로, 각 지역의 정체성과 자존심, 발전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이 얽혀 있다. 따라서 찬반 입장을 떠나 상대의 논거를 경청하고 존중하는 민주적 공론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김 도지사가 간담회 자리에서 밝힌 “통합 여부는 군민이 최종 결정해야 한다”는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또 “찬반 군민이 충분히 토론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가 중요하다”는 인식도 타당하다. 행정안전부의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삼아 과반이 되지 않으면 통합을 철회하겠다는 유희태 군수의 발언 역시 지역 여론을 존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 전주·완주 통합은 그 내용이나 방식이 아니라, '소통의 실패'와 '절차적 정당성' 부족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일방적인 설명회나 형식적인 청취가 아닌, 군민 개개인이 충분히 정보를 습득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와 도, 나아가 정부는 다양한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공론장 설계를 통해 소모적인 갈등을 생산적 논의로 전환시켜야 한다.
또한 통합 찬성 측 주민 역시 반대 측의 불안과 우려를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통합이 가져올 인센티브와 행정효율의 기대 못지않게 지역 소멸이나 소외에 대한 두려움도 실재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반대 입장을 견지하는 주민들 또한 찬성 의견을 무조건 ‘외부 조장’이나 ‘정치 논리’로 몰아붙여선 안 된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설득하는 과정 자체가 민주주의의 실현이기 때문이다.
전주·완주 통합은 갈등이 아니라, 협력과 공존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 출발점은 '대화의 복원'이며, 도지사의 도민과의 대화가 다시는 무산되지 않도록 찬반을 떠나 지역 전체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제도적 뒷받침이 절실하다. 상호 존중의 공론화만이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