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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북 금융도시 재추진, 실현 의지로 증명하라


전북자치도가 한동안 유보 상태에 놓였던 ‘전북 금융도시 조성’ 구상을 다시 꺼내 들었다. 2017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전북 이전을 계기로 본격화됐던 이 구상은, 이후 수년간 실질적 진전 없이 정체돼 있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 결과 지역사회에는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고, 정책의 진정성을 두고 의구심이 쌓여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관영 도지사는 이번만큼은 다르다며 ‘금융중심지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중앙정부 설득과 제3금융중심지 지정 요청이라는 명확한 추진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도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점화된 이 사업이 ‘선거용 퍼포먼스’에 불과하다는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이 사업은 전북도정의 대표 공약으로 수차례 등장했지만 매번 뚜렷한 성과 없이 흐지부지된 전례가 있다. 2019년 이후 정부와 금융당국은 ‘제3금융중심지’ 지정 논의를 사실상 중단했으며, 2023년 정부의 ‘제6차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에도 전북은 포함되지 못했다.
더욱이 전북 금융도시 조성의 핵심 인프라가 될 ‘국제금융센터’ 건립은 예산과 실효성 논란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전북신용보증재단 신사옥을 금융센터로 활용한다는 구상도 현실적으로 추진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외형만 있는 ‘센터’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금융기업이 입주하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의미가 있는데, 그 전제조건인 금융 생태계 자체가 부재한 것이다.

현재 전북혁신도시에 연락사무소를 둔 국내외 금융기관 16곳 대부분이 최소 인력만 배치하고 주요 기능은 여전히 서울 본사에서 수행 중이다. 이는 지역 금융산업의 자립 기반이 여전히 취약하며, 외부 투자자 유치나 기관 본사 이전을 유도할 만한 유인책도 부재하다는 방증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나 국민연금 수탁기관 본사를 유치하려면 단순한 건물이나 상징적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관련 법령과 제도 정비, 세제 혜택, 전문 인력 유입과 정주 여건 개선 등 복합적이고 정교한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재추진에는 이전과는 다른 긍정적 신호도 감지된다. 무엇보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북 금융특화도시 조성을 직접 공약한 바 있다는 점은, 중앙정부 설득을 위한 명분과 동력을 확보한 것이나 다름없다. 민선 8기 도정이 실효성 있는 계획 수립과 단계별 이행 방안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일관되게 추진한다면, ‘희망 고문’이라는 비아냥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전북 금융도시 조성은 단순한 지역개발 사업이 아니다. 지방분권과 수도권 집중 해소, 금융산업 구조 개편이라는 국가적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 서울·부산 중심의 양극화된 금융 생태계를 다변화하고 연기금 중심의 대체투자 시장을 지역으로 확산시킨다는 의미에서 전북의 역할은 충분히 전략적 가치를 지닌다. 도민들은 이번에도 공허한 약속으로 끝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과연 이 공약이 실현 가능한 정책인지, 아니면 또 하나의 정치 이벤트였는지는 이제 전북도와 정부의 책임 있는 행동으로 증명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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