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지 1년이 넘었지만, ‘특별자치도’라는 이름에 걸맞은 실질적인 자치 권한은 여전히 부재하다. 행정구역의 명칭만 바뀌었을 뿐, 제도적 지위나 권한, 재정 체계는 기존의 광역자치단체와 다를 바 없다. ‘무늬만 특별자치도’라는 자조 섞인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전북이 진정한 특별자치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결단과 함께 실효성 있는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국가균형발전을 국정 운영의 핵심 축으로 삼고 ‘지역 가중치 예산 편성’과 ‘수도권 1극 체제 전환’을 공언했다. 특히 최근 대전 타운홀미팅에서는 해수부의 부산 이전 논란과 관련해 지역 간 형평성과 공동체적 관점을 강조하며 공공기관 이전 정책의 전면 재설계를 예고했다. 이러한 구상은 수도권 집중 해소와 지방 경쟁력 강화를 위한 분명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지만 정작 균형발전의 상징적 대상이 되어야 할 전북특별자치도는 여전히 제도적 뒷받침 없이 변방에 머무르고 있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곧 국정 철학과 정책 실행 사이의 간극을 의미한다. 대통령의 구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우선 제도 기반이 취약한 전북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그 시작은 ‘특별자치도’에 부합하는 권한과 자율성 부여다. 지금까지의 흐름만으로도 명확하다. 충청권은 공공기관 이전 불균형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수도권은 여전히 막대한 자원을 독점하고 있다. 이런 구도 속에서 전북이 제 몫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명문화된 제도적 권리를 가진 주체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전북은 현재 새만금 RE100 국가산단 조성과 농생명 산업 전환 등 국가 차원의 개입 없이는 완수할 수 없는 과제를 안고 있다. 중앙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없으면 이들 사업은 장기 표류하거나 반쪽짜리 성과에 그칠 수 있다. 따라서 전북특별자치도에 대해 제도적 보완이 절실한데 첫째는, 예산 편성과 관련한 지방비 부담 완화 특례 도입이 필요하고 둘째는 공공기관 이전 시 전북 우선 배치를 위한 명확한 기준과 권고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셋째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기준을 전북형 개발사업에 적합하도록 유연화하고 지역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실질적 장치 없이는 ‘특별’이라는 수식어는 공허한 명분에 그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철학이 진정성을 갖추려면 ‘차별 없는 지역, 균형 있는 국가’라는 기조가 제도와 예산, 정책으로 구체화 되어야 한다. 그 첫 시험대가 바로 전북특별자치도다. 이제는 전북형 특별 권한을 국정기획위원회 등 정책 설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명문화할 시점이다. 그래야만 전북이 균형발전 대전환의 상징이자 선도 모델이 될 수 있다.
전북출신 고위 인사들이 정부 요직에 중용되면서 지역의 기대감도 한껏 높아졌다. 이제는 선언을 넘어 제도가 따라야 한다. ‘특별자치도 전북’이 진정한 자치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름이 아닌 실질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이 ‘이름뿐인 특별자치도’를 ‘실질 자치도’로 바꾸는 역사적 분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