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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건 AI디지털교과서 아닌 AI교육(2)

강민정 / 전 국회의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교재는 다른 무엇이 아닌 바로 교사 자신이다. 교사는 교육과정을 해석하고 수업을 설계하며 이를 실행하는 주체다. 같은 교과서로 가르치지만 전국 모든 교실 수업이 다른 것은 이 때문이다. AIDT 전면화로 학생과 교사와의 상호작용은 사라지고 교사는 아이들이 기기로 학습하는 일을 지원하고 보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AIDT에서 설계되어 이루어지는 아이들 간 디지털 협력학습도 네트워크를 통한 간접적 관계형식을 통해 이루어질 뿐이다. 이제 교실에는 관계를 통한 학습활동은 사라지고 기기와 각각의 아이들이 있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이들 사이에 존재하는 디지털 역량 격차가 또 다른 학습격차를 가중시키는 원인이 된다. 현재 불완전한 학교 디지털 교육환경이 모두 해결된다고 해도 그렇다는 말이다.

또한 디지털 기기 활용학습이 문해력과 기초학력을 저하시킨다는 연구결과나 사례들은 널려있다. 미국 카르페 디엠 차터스쿨의 실패, “(학생들은) 인쇄된 교과서와 교사의 전문 지식을 통해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왕립 카롤린스카 연구소와 국가적 차원에서 학교도서구입비를 획기적으로 증액하기로 한 스웨덴.

디지털 미디어로 정보를 입력받을 때와 종이책(문서)을 읽을 때 전혀 다른 형태의 뇌 활동이 일어나고 디지털 의존 교육이 피상적 학습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한 과학자, 교육학자, 뇌과학자들의 많은 연구들. 학습활동에서 디지털 사용 시간이 1시간 증가함에 따라 수학점수가 우리나라는 3점, OECD 평균은 4점 하락한다는 디지털 자원 사용 시간과 수학 성취 관계를 밝힌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2023 디지털교육백서’.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여기고, SNS가 중요한 소통방식이며, 책이나 사전 대신 유튜브에서 거의 모든 것을 검색하는 아이들이다. 오히려 전 사회적으로 지나친 디지털 기기 의존도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이 외에도 AI교과서를 전체 학생들이 사용할 때 발생할 학생 개인정보 보호 문제, 매해 수천 억에서 조 단위가 예상되는 교과서 예산 부담 문제도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AIDT 연수 참여교사 1만 명 정보유출 사태가 일어난 것이 먼 옛날이 아니라 작년 일이다.

AI시대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디지털 기기와 문화에 친숙하다. 따라서 교사들은 교육활동 중 교육효과를 높이기 위해 ‘필요에 따라’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고 때로는 AI 도구를 수업에 교육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시대적 흐름이기도 하지만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디지털 활용수업에 익숙해진 많은 교사들이 이미 실제 수업에서 이를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오히려 필요한 건 AIDT가 아니라 교사들이 보다 자유롭게 디지털 기기와 자료들을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이다. 교사들의 디지털 활용교육 연구와 학습에 대한 충분한 지원, 학교 디지털 교육환경을 제대로 구축해주는 일이 그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학교 Wi-Fi 여건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여러 학급이 동시에 디지털 기기 활용수업을 하기에는 아직도 물리적 여건은 턱없이 부족하다.

AI를 교육에 적용하거나 활용하는 문제는 결코 ‘AI시대=AI디지털교과서’라는 단순도식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AI의 교육적 효과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와 토론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가히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인류사적 대전환이라 할 만한 AI시대에 인간의 삶은 어떻게 변화하며,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논의도 이루어져야 한다.

AI디지털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에 힘 빼는 대신 오랫동안 고착되어 온, 현재와 같은 분과형 교육과정이 적합한지, AI가 인간보다 더 어려운 수학문제를 더 빨리 풀어내며 언어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소통방식이 일반화될 시대에 소위 주요과목이라 여겨 온 수학과 영어 혹은 외국어 교육은 어떻게 변화해야 될지, 정보가 가치원천이 되고 정보홍수에 무한노출 되는 시대에 미디어 리터러시를 어떻게 갖추게 할지 등등 결코 가볍지 않은 일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이미 현재가 되어버린 미래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전화번호 외는 기능을 퇴화시키고, 네비게이션이 지도를 읽고 길 찾는 능력을 퇴화시킨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문제가 우리 아이들 앞에 놓여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어떤 능력을 퇴화시킬지, AI에 종속되지 않을 인간의 고유한 역량과 요소는 무엇이며 어떻게 준비해야 될지 등 AI시대를 살아갈 준비를 시켜주어야 할 교육이 가장 먼저, 가장 깊게 고민하고 답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

유초중등교육은 AI전문가를 기르는 교육이 아니다. AI시대를 살아갈 시민에게 요구되는 준비를 시켜주는 교육이어야 한다. 단순히 기능과 기술 문제로 접근할 일도 아니다. 교육 패러다임을 전면 전환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AI 발전 속도에 비하면 지금도 이미 늦었다. AI디지털교과서에 대한 소모적 논쟁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아야 한다. AIDT 대신 AI시대 교육을 이야기 하자.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가 나서야 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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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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