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역할과 존재 이유는 국민들의 권리 보호라는 원칙에 있다. 이는 국가가 공동선을 추가해 나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 할지를 규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국가균형발전과 사법서비스 접근권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과거 군부독재 정권시절, 고등법원이라는 2심 재판소는 서울을 포함해 전국 5개소밖에 존재하지 않았고, 이는 국민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따라 전북도민들은 광주까지 가서 2심 재판을 받느라 적지 않는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불편을 감수했다. 이러한 불편은 1990년대 초반, 지역 법조계와 언론 및 시민사회의 노력으로, 광주고법 전주지부가 설치됨으로써 일부 해소됐다. 이로 인해 2심 재판의 접근권과 심리의 균일성을 확보하게 되었고, 이는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보호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지금, 도민들은 또 다른 사법 서비스 소외 문제를 지적하며 전주가정법원 설치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전주지방법원은 민사부에서 소년, 이혼, 상속 사건 등을 한데 모아 처리하면서 심리의 심층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데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는 곧 도민들의 권리보호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는 권역별 대도시는 물론 수원이나 창원에도 별도의 가정법원이 존재한다. 이는 해당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 더욱 심층적으로, 또 세심하게 소송을 심리하기 위함이다. 이에 반해 전북, 충북, 강원, 제주는 아직 별도의 가정법원이 설치되어 있지 않다.
우리나라 소송 사건은 매년 증가세를 보이는 데도 전주지법 민사부에서만 이들 사건을 일괄 심리해야 하는 현실은 심리의 지연, 심리의 심층성 약화에 따른 당사자의 불편과 권리 침해로 이어진다. 2021년부터 최근까지 연평균 1천5백여 건이라는 사건 수치가 이러한 현실을 반증한다. 그동안 전주가정법원 설치는 국회에서 지역 국회의원들의 적극적인 역할로 수차례 입법안이 제출됐으나 매번 심사 단계에서 계류되면서 끝내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는 국가균형발전과 사법서비스 형평성이라는 관점에서 우려할 만한 사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강조하고 싶은 대목은 이는 단순하게 하나의 국가기관을 신규로 설치하거나 아니거나의 문제가 아니며, 이는 바로 전북도민들의 권리 보호라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라는 점이다. 국가의 역할과 존재의 이유는 바로 국민들의 권리가 실효적으로 보호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지역 숙원을 해결하기 위해선 국가와 국회, 그리고 지역 공동의 협력과 결단이라는 비상한 각오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한 걸음 더 성숙하게 발전해 온 민주주의의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과 함께 강조된다. 도민들이 염원하는 전주가정법원 설치가 더 이상 지체되어선 안 된다. 이는 도민들의 재판받을 권리와 함께 지역균형발전과 사법서비스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실현돼야 할 국가적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