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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세력 지지한 종교인들 그냥 내버려 둘 것인가

김근수 / 해방신학연구소장

종교 가진 어떤 사람은 악의 세력에 협조하고, 종교 가진 또 다른 사람은 악의 세력에 저항한다. 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종교를 가지는 목적과 의도가 처음부터 서로 다를 수 있겠다. 자신의 정치 성향이 종교의 가르침을 억압할 수도 있겠다. 현실을 보는 눈에서 그들은 차이가 난다. 현실을 정직하게 보는 종교인과 그렇지 않은 종교인이다.

현실을 정직하게 보지 않는 종교인이 적지 않다. 역사와 현실을 정직하게 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실을 정직하게 보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고, 자신의 무지와 편견이 깨어지는 아픔을 견뎌내야 한다. 돈과 권력이라는 이해관계에서 해방되어야 한다. 현실에 대한 올바른 식견을 얻으려면, 통과해야 할 관문이 하나둘이 아니다.

예수는 악마가 살기 좋은 집에 인간을 비유하기도 했다. 악마와 싸우지 않는 사람은 악마와 함께 같은 집에서 사는 셈이다. 악의 세력에 저항하지 않는 사람은 자발적으로 악마와 함께 산다. 악의 세력에 저항하지 않는 사람은 악에서 오는 고통을 하소연할 자격도 없다는 뜻이다.
악의 세력은 순순히 물러가지도 않는다. 선은 반드시 악의 세력을 이기지만, 악의 세력을 선이 언제 이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악의 세력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끈질기게 싸워야 한다. 적지 않은 인내와 희생을 요구할 것이다.

악의 세력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윤석열이 제 발로 물러간 것이 아니고, 우리가 윤석열을 쫓아냈다. 악마를 쫓아내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악의 세력은 언제나 우리의 빈틈을 노릴 것이다. 악의 세력은 다시 돌아오려고 노린다. 앞으로도 악의 세력과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악의 세력은 위장과 속임수에 능하다. 넥타이를 하고, 고학력을 자랑하고, 복잡한 사회 구조에 숨어 있으며, 친절한 모습을 하고, 성경을 인용하며, 자신을 천사처럼 위장하고 있다. 악의 세력을 제대로 알아차릴 수 없게 방해하는 책, 언론, 정보, 조직들이 아주 많다. 누가 악의 세력에 속하는지 갈수록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부처 이야기, 예수 이야기를 즐겨 하지만, 악의 세력과 다툼을 피하는 종교인이 많다. 억압받는 백성에게는 자비를 강조하면서, 억압하는 악의 세력에 대한 분노를 외면하는 종교인이 많다. 불의를 보고 저항하지 않는 종교인은 악의 편이다.

예수는 비판하는 사람들의 이름을 밝히고, 비판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첫째, 사악한 종교인은 무거운 짐을 남에게 지워놓고 자기는 그 짐에 손가락 하나 대지 않는다. 둘째, 사악한 종교인은 예언자들의 무덤을 꾸미고 있지만 사실은 그들이 예언자들을 죽이고 있다. 셋째, 사악한 종교인은 천국에 들어가지 않으면서 들어가려는 사람마저 들어가지 못하게 방해한다.

예수는 발코니에서 세상을 멍하게 구경만 하지는 않았다. 골방을 박차고 거리와 광장으로 나와 야전병원 같은 현실에서 고통받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악의 세력에 저항하였다. 악한 통치자와 가짜 예언자들의 동맹을 목숨 걸고 비판했던 예언자들처럼, 예수는 악한 통치자와 가짜 예언자들의 위선을 꾸짖었다.

‘위선’이란 단어는 17세기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거짓 종교인을 지적하는 의미로 쓰였다. 그런데, 신약성서에서 ‘위선’은 도덕이나 종교적 의미에서 흠결 있는 사람보다는 정보나 분별력의 부족으로 인해 잘못된 판단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해관계에 얽혀 정확한 판단을 하지 않는 사람, 수사나 재판을 공정하게 하지 않는 검사나 판사는 신약성서가 말하는 위선자에 해당한다.

예수를 믿는 종교인 엘살바도르의 로메로 대주교는 1980년 2월 17일 ‘백성들이 학살 당할 때 함께 피흘리는 교회는 존경 받습니다’라고 설교했다. 그런데 예수 믿는다는 이 시대의 또다른 어떤 종교인들은 누구를 편들고 누구를 욕하고 있는가.

손현보 목사는 지난 5월 11일 신도들을 상대로 한 교회 예배에서 “이재명은 히틀러에 못지않은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전광훈 목사는 지난 5월 3일 광화문 집회에서 “이재명은 악하기가 김일성하고 똑같다”고 말했다. 7월 1일 ‘전남 순천 자유마을 대회’에서 “여러분이 대한민국에 사는 건 첫째는 하나님의 은혜고, 둘째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의 은혜고, 세 번째는 전광훈 목사의 은혜”라고 주장했다.

내란세력을 지지한 종교인들은 백성들과 함께 피흘리기는커녕 백성들이 학살 당하도록 부추긴 사람들 아닌가. 성도들의 영혼을 부패시키는 사악한 종교인들에게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관용을 베풀어야 한단 말인가.

상습적으로 공직선거법을 위반해온 종교인들을 그냥 내버려 둘 것인가. 내란 세력을 지지하는 종교인들에 대한 가벼운 처벌은 그들의 미래 범죄에 용기를 주는 짓이다. 내란 세력을 지지하는 종교인의 범법 행위를 엄정하게 수사하고 처벌하기를 관계 기관과 사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백성이 민주주의와 정의를 부르짖는 힘은 어디서 왔을까. 두려움이 아니라 희망이었다. 윤석열 탄핵을 위한 촛불집회에서 민주 시민들은 희망으로 뭉치고 희망으로 외쳤다. 백성의 기도는 구름을 뚫고 올라 하늘을 움직인다. 그 하늘의 뜻이 윤석열을 탄핵시켰고 감옥에 보냈고 그 일당들을 처벌할 것이다. 이들을 편든 종교인들을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하늘의 뜻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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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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