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첫 개각을 통해 전북출신 인사들이 내각과 국회의 핵심 요직에 대거 포진한 것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외교·안보·국방의 국가안보 3축을 책임질 외교부·통일부·국방부에 각각 조현, 정동영, 안규백 장관 후보자가 지명된 데 이어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전주갑)이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되면서 이른바 '4장관 시대'가 열렸다. 여기에 이춘석·한병도 의원이 각각 국회 법사위원장과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맡으면서 ‘2위원장 체제’까지 구축됐다. ‘4장관 2위원장’이라는 상징적 구도는 전북 정치의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키는 전례 없는 장면이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에서 철저하게 소외돼 온 전북의 설움이 컸던 만큼 이번 인선은 도민들에게 적지 않은 위안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인사 자체에 안도하기보다는 이들이 실질적인 결과로 도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단지 고향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반기기엔 지금 전북이 처한 현실이 결코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 지명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단지 지역 안배 차원의 정치적 배려만이 아니다. 조현 후보자는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양자·다자 외교와 통상 분야에서 오랜 경륜을 쌓아온 외교 전문가다. 정동영 후보자 역시 남북관계 전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대표적인 정치인이자 정책통이다. 안규백 후보자는 ‘문민 국방’의 상징적인 인물로, 국방산업 육성과 군의 체질 개선에서도 강한 리더십이 기대된다.
특히 전북의 미래와 직결된 국토부 장관으로 지명된 김윤덕 후보자는 전주역세권 개발, 새만금 재도약, SOC 예산 확보 등 난제들을 풀어갈 열쇠를 쥔 인물이다. 전북이 국가균형발전의 중심지로 부상하려면 국토부의 정책 의지가 결정적인 변수가 되는 만큼 그의 실질적 성과 여부는 향후 지역의 민심 향배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회 차원에서도 법사위와 예결위라는 핵심 상임위를 맡은 이춘석·한병도 의원의 역할은 무겁다. 입법과 예산이 총괄되는 자리인 만큼, 지역 현안이 실질적 입법과 재정으로 이어지도록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새만금 예산, 전북형 신산업 육성, 농촌 고령화 대응 등 숙원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결코 그저 얻어지지 않는다. 과거에도 더러 전북출신 인사들이 중용된 적이 있지만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많다. 인물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중앙부처의 관료주의 장벽, 기득권 예산구조, 수도권 중심정책 등의 현실을 돌파할 정치력과 실행력이 관건이다. 출신지를 내세우기보다 중앙과 지역의 가교역할에 충실하며 성과로 보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고향 사랑이자 공직자의 책무다.
전북출신 장관들과 위원장들에게 거는 도민들의 기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오랫동안 소외됐던 전북이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한 소중한 기회다. 이들이 자기 자리에서 정책적 성과를 내, '변방의 서러움'을 '국정의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실천적 리더십을 보여주기를 촉구한다. 이제는 자리보다 실적이, 상징보다 결과가 말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