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사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민주주의 근간 지킨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원칙이다. 공무원이 정치에 개입하면 국민 전체에 봉사해야 할 공직이 정파의 도구로 전락하고, 그 결과는 행정의 공정성 훼손과 국민 신뢰의 붕괴로 이어진다. 전북자치도가 새 정부 출범과 내년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공직 감찰에 나선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평가받아 마땅하다.

도는 이달부터 내년 5월까지 약 11개월간 세 차례에 걸쳐 ‘단계별 공직감찰’을 추진함으로써,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정치적 중립 위반과 기강 해이 등의 관행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 감찰의 핵심은 정밀성과 선제성이다. 도는 시기별‧분야별로 맞춤형 감찰을 실시하고, 특히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는 정치 개입과 중립 위반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감찰반은 본청과 직속기관은 물론, 14개 시군과 각 출연기관까지 포함해 전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한다.

1단계 감찰은 여름휴가철과 명절 연휴 기간에 집중된다. 이 시기는 근무지 무단이탈이나 허위출장, 민원방치 같은 복무 위반 행위가 발생하기 쉽다. 특히 명절과 연말연시를 틈타 벌어질 수 있는 사조직 모임이나 정치인과의 사적 접촉, 편향적 언행 등은 공직자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주요 위험 요소인데 이를 원천 차단할 방침이다.

2단계 감찰은 오는 10월 20일부터 11월 28일까지 진행되며 수의계약 남용, 유연근무제 악용, 일상 속 불공정, 소극행정 등 행정 신뢰를 훼손하는 비정상적 관행을 집중 점검한다. 이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더불어 청렴성과 공정성까지 함께 확보하려는 조치다.

가장 민감한 시기인 3단계 감찰은 내년 2월 23일부터 6월 2일까지, 지방선거 직전까지 전개된다. 이 시기는 정치권 줄서기, 특정 후보 홍보, 선거 개입 등 정치적 중립 위반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기다. 도는 SNS를 통한 정치활동, 정당 행사 참석, 후보자 관련 게시물 작성 등 온라인‧오프라인을 망라한 정치활동 전반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의 영향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지만, 오히려 그만큼 정치적 중립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자칫하면 지방선거가 지역 행정과 공직을 정치화하는 통로가 되고, 이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된다. 이런 점에서 전북도의 단계별 공직 감찰은 민주주의의 기초를 지키기 위한 제도적 수단으로 기능해야 한다.

전북도는 공직사회 내 정치적 중립성과 청렴성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나아가 감찰 결과와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도민의 신뢰를 얻는 데도 힘써야 한다. 공직자의 정치 중립은 국민을 위한 봉사의 전제조건이며, 그 신뢰 없이는 행정의 정당성도, 정책의 지속 가능성도 담보될 수 없다.

선거를 앞두고 각종 정치적 유혹이 난무하는 시점에서 공직사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끝까지 견지해 주길 기대한다. 그것이 진정한 지방행정의 책무이자, 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