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기초 및 광역의회가 도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비위 행위로 비난을 사고 있다. 수년간 반복돼 온 이권 개입, 출장비 부풀리기, 리베이트 수수, 해외연수 부실 등의 고질적 비위가 사정당국의 수사 착수로 그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경찰은 현재 도내 11개 시군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 일부 의원과 의회 직원들은 이미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여서 지방의회를 향한 도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일부 의원의 단순한 일탈이 아니다. 이는 오랫동안 관행으로 둔갑하며 구조화된 부패시스템이며, 말기적 증상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큼 지방의회 전체를 좀먹고 있는 고질병이다. 외유성 해외연수, 예산 부정 사용, 리베이트 수수 등은 ‘세금 유용의 전시장’이란 조소까지 낳고 있다. 도민 혈세로 출장을 가면서도 자기 돈은 한 푼도 쓰지 않겠다는 일부 의원들의 행태는 정치인의 책무는커녕 최소한의 양심마저 실종된 지방정치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번 사태가 더욱 심각한 이유는 도덕적 해이와 무감각함이 구조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비위에도 불구하고 의원직을 유지하고, 제대로 된 징계조차 받지 않는 풍토는 지방자치의 근간을 흔든다. ‘공천=당선’이라는 구조 속에서 정당 책임이 부재한 점도 근본 원인 중 하나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지난 수십 년간 전북 지방의회를 독점해 온 상황에서, 공천 과정에 대한 책임과 자성이 시급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별 사안에 대한 사후적 대응이 아니라 지방의회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 개편이다. 먼저, 각 지방의회는 국외연수 및 출장비 사용 내역을 전면 공개해야 한다. 투명성 확보 없이는 도민 신뢰 회복도 없다. 연수보고서 역시 형식적인 통과용 문서가 아니라 실질적 평가가 가능한 방식으로 공개돼야 한다.
정당 차원의 자성도 요구된다. 각 정당은 소속 의원의 비위에 대해 책임지는 구조를 갖춰야 하며, 특히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그 책임이 막중하다. 당내에 윤리감시기구를 상설화하고 공천 과정에서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공천 책임제를 명문화하고, 비위 발생 시 정당이 먼저 책임지고 사과하는 구조가 정착돼야 한다. 정당이 지방의회 비리를 수수방관하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해서는 지방정치의 정상화는 기대할 수 없다.
또한 수사당국은 이번 수사에 있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가벼운 처벌이나 보여주기식 제재로는 부패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다. 부패 의원은 즉각 제명하고, 향후 정치권에 얼씬도 못하게 하는 실질적인 대책이 수반돼야 한다.
풀뿌리 민주주의 핵심은 지방의회다. 하지만 지금 전북의 지방의회는 스스로 유권자의 기대를 저버렸고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방의회를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 전면적인 정화와 인적쇄신 없이 전북 정치에 내일은 없다. 각 정당과 지방의회는 이번 위기를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하며 도민 앞에 떳떳한 정치, 청렴한 의회를 향해 각오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