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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밥상이 위험하다 - 온난화가 부르는 쌀 품질 위기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지방농업연구사 이인석
매일 우리가 먹는 쌀밥이 위기에 처했다. 산업화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가속화되면서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고 있고, 이는 우리의 주식인 쌀 생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 온도는 작물의 생리와 품위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환경 요인 중 하나인데, 벼는 아열대 작물임에도 불구하고 온난화에 극도로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벼의 생육 과정에서 온도가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이삭이 패는 수잉기에 기온이 35℃를 넘으면 수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쭉정이가 발생하고 수량이 급감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등숙기에 나타난다. 이 시기에 22℃ 이상의 고온이 지속되면 백미 표면이 불투명해지는 분상질립과 유백미, 사미 현상이 발생해 쌀의 품위를 현저히 저하시킨다. 이는 단순히 외관상의 문제가 아니라 쌀의 상품 가치와 직결되는 심각한 사안이다.

지난 2023년 아시아 전역에서 벌어진 상황은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준다. 심각한 고온과 가뭄을 겪은 아시아 각국에서는 쌀 생산에 큰 타격을 입었다. 주요 쌀 수출국인 인도는 가뭄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는 이상기상으로 벼 수확량이 크게 줄면서 쌀 가격이 11%나 상승했다. 인도네시아 역시 벼 수량이 약 11.5% 감소하는 피해를 보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사례는 일본이다. 일본은 수량 자체는 1.3% 감소에 그쳤지만, 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평소 70~80%를 유지하던 1등급 쌀 비율이 2023년 59.6%로 급락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수량 감소보다 훨씬 심각한 의미를 갖는다. 품질 저하로 인해 2024년에는 쌀 품귀 현상이 발생했고, 그 여파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안타깝게도 한국은 전 세계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 2024년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은 25.6℃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24일로 역대 세 번째에 해당한다. 이러한 이상고온 현상은 벼 품위 저하를 직접적으로 야기하고 있어,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등외등급'을 신설해 저품질 벼도 수매하는 조치를 시행할 수밖에 없었다.

과거 기상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상질립 예측 결과는 더욱 암울하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의 데이터 분석 결과 분상질립 발생률은 2~8%의 폭넓은 범위를 보였는데, 이는 2018년과 2024년 등 빈번한 폭염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역별 조사 결과를 보면, 2006~07년 경상북도 26종 브랜드 쌀은 평균 6.7%의 분상질립을 보였고, 2008~13년 전라남도 10대 브랜드 쌀은 평균 1.5%로 지역과 연도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나타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미래 전망이다. 미래기후데이터에 근거한 분상질립 비율 추정치는 2025~34년에 약 9.2%, 2035~44년에는 약 12.1%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행 농림축산부 고시 쌀 등급 기준과 비교해보면 그 심각성이 더욱 부각된다. 분상질립 최고 허용치가 '특' 등급 2%, '상' 등급 6%, '보통' 등급 10%인 점을 고려하면, 2030년대에는 대부분의 쌀이 '보통' 등급조차 맞추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전망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경고다. 최근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보고서에서도 근 미래 농업 분야 온난화 영향 예측과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국제사회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머지않아 온난화에 따른 분상질립 비율 급증은 명백한 현실이 될 것이다. 이에 대비해 고품질 품종의 다변화와 재배법 개선에 집중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내열성 품종 개발, 고온 스트레스 완화 기술 도입, 그리고 정책적 지원 체계 구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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