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정부 첫 세제 개편안이 발표되었다. 법인세율과 증권거래세율 원상복구,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주식양도소득세 과세기준 완화, AI관련 산업과 문화산업 세액공제 확대, 국내복귀 유턴기업과 지방이전 기업 세제지원 강화, 통합고용세액공제 확대, 교육비와 주거비 등 공제 확대, 1조원 이상 매출 금융·보험회사 교육세율 인상 등을 내용으로 한 개편안이다.
이번 개편안에서 주식양도소득세가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다. 주식인구가 1400만에 이르고, 새 정부의 강력한 금융자본 활성화 정책 의지가 개진된 상황이라 주식 관련 세제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 와중에 “은행 '횡재세' 걷어 남는 교육예산 증액”이라는 제목 등으로 교육세 증액을 문제 삼는, 금융기관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다.
세금제도는 정부 정책 실현을 위한 재원 확보라는 측면만이 아니라, 정부의 정치철학을 드러내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이번 세제개편안에 실로 오랜만에 교육재정 확충 목적 개편안이 포함되어 너무 반갑고 다행스러웠다. 최근 몇 년 사이 교육재정 관련 세제 논의는 부족한 고등교육 예산 확보 문제는 외면한 채 유·초·중등 교육예산을 감축하는 것에 집중되어 왔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세금을 더 내는 것에 대해 일정한 저항심리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감안한다 해도 교육세율 인상에 대한 금융기관의 반발 논리는 동의되지 않을 뿐 아니라 황당하기까지 하다. 교육 현실과 교육재정 집행구조의 특수성에 대한 몰이해, 심지어 세금제도에 대한 기본적 이해마저 의심될 논거들을 반박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다.
1. 세금은 전 국민이 납세의무를 지며 공동체 유지와 발전을 위해 공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재원이다. 그런데 ‘교육세를 납부하는 금융회사와 그 고객은 납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금융기관의 교육세 납부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도대체 세금이 납부 주체에게 직접적 혜택이 주어져야 성립한다는 논거 자체가 가당키나 하나. 그럼 담배세는 끽연자를 위해, 주세는 술 먹는 사람만을 위해, 경마나 경륜 등에 부과되는 레저세는 사행성 레저를 즐기는 사람에게, 상속세는 상속세를 납부한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가야 한다는 말인가.
2. 납세목적의 연계성을 문제 삼는 이 같은 주장에는 다음 두 가지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초·중등교육예산은 공교육기관에 집행되는 예산이다. 첫째, 금융기관 종사자 자녀들도, 그 고객 자녀들도 모두 공교육의 직접적 수혜자다. 그리고 그 금융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구성원들 모두 교육세로 운영된 공교육 혜택을 받은 이들 아닌가. 둘째, 이런 식으로 납세목적 연계성을 따지면, 교육예산은 학부모세를 새로 신설하든가 아니면 사교육업체에서 징수하는 것으로 충당해야 된다는 논리가 된다. 애초 공교육기관은 어떤 직접적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영리성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3. 금융산업은 국가의 보증을 전제로만 성립하는 특수한 산업이다. 사실상 국가의 신뢰보증을 제공받아 운영되는 독점산업의 성격을 띤다. 그래서 코묻은 아이들의 저금통부터 먹을 것, 입을 것 아낀 임금 노동자의 땀과 눈물젖은 돈이나 피말리며 노력해 번 사업자들이 자신의 소중한 재산을 믿고 맡긴다. 그러니 공동체 전체를 대표해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의 신뢰자본에 의지해 운영되는 금융기관이야말로 가장 공공적 성격을 갖는 공교육 재원의 일정 부분을 특별히 담당하는 것이 너무나 합리적이고 타당한 일 아닌가.
4. 한때 잠시 ‘횡재세’ 논의가 있었긴 하지만,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며 ‘횡재세’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는데도 굳이 스스로 횡재세라는 용어를 쓰며 그 부당함을 주장하려는 것은 그나마 스스로 과도한 수익을 얻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1981년부터 수익금의 0.5%가 부과되던 금융기관 교육세율은 45년 동안 한 번도 인상된 적이 없다. 심지어 81년 이전에는 수익금의 1%를 영업세로 부과했었다. 이번 인상률은 전체 금융기관이 아닌 1조 이상 수익을 낸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제한한 것이며, 그 적용 대상은 초대형 금융·보험회사 약 60개 사로 한정될 것이라고 한다.
5. 금융권에 교육세가 도입된 1981년 금융·보험업의 국내총부가가치는 1.8조였다. 2023년 이는 138.5조에 달해 75배나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타격, 윤석열 정부 내내 계속된 경기 악화, 최근 미국 관세 전쟁 여파로 전 국민이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순간에도 금융권 성과급 잔치는 계속됐다. 벌써 올 상반기 4대 금융권 이자 수입만도 21조가 넘고 순이익은 10조가 넘었다고 한다. 예금이자는 빛의 속도로 낮추고, 대출이자는 거의 낮추지 않거나 찔끔 내린 결과라는 걸 전 국민이 다 알고 있다. 정부가 대출액의 80, 90%를 보증해주는 각종 정책금융도 한몫했을 것이다. 올 상반기 순이익 증가율은 작년 대비 10.5%라고 한다. 그런데 초대형 금융기관에만, 그것도 0.5% 교육재정 기여를 추가 요구하는 것이 억울하고 부당하다는 말인가.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