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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관대한 유권자 없다 – 비위 전주시의원 제명하라

시민의 눈과 귀가 되어 집행부를 감시·비판해야 할 전주시의회가 또다시 부끄러운 뉴스의 주인공이 됐다. 무려 9명의 시의원이 이권 개입, 해외연수 비용 부풀리기, 부실한 국내 연수, 부적절한 선거 개입 등 각종 비위 의혹에 연루돼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됐다. 전체 의원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숫자다. 시의회가 시민의 대의기관이 아니라 ‘사익 추구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전북의 광역·기초의회를 막론하고 선출직 공직자들의 도덕 불감증은 해마다 반복되는 고질병이다. 세금으로 떠나는 관광성 해외연수, 친인척·지인 업체에 예산 몰아주기, 각종 인사 개입과 이해충돌 행위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온다. 그때마다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형식적인 사과와 다짐이 있었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이는 제도와 감시 장치가 허술하고, 처벌 수위가 낮으며, 정치적 책임을 끝까지 묻지 않는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전주시의회 의장단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공식 사과를 하고 윤리특위에 회부한 것은 최소한의 조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시민 신뢰 회복은커녕 재발 방지도 장담할 수 없다. 윤리특위 회부는 의회 내부 절차일 뿐, 솜방망이 징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경징계나 구두경고로 마무리된 사례가 대다수였다. 이제는 도덕적 해이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대수술이 필요하다.

우선, 외부 감시 기능이 강화돼야 한다. 시의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사실상 상설기구로 전환하고, 위원 구성도 현직 판사나 변호사, 회계사,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 중심으로 꾸려야 한다. 자기 식구 감싸기로 흐르지 않도록, 징계 권고뿐 아니라 실질적인 의결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국내외 연수 제도의 전면 개혁이 필요하다. 연수 목적과 계획을 사전에 시민에게 공개하고, 귀국 후에는 의무적으로 결과 보고회를 열어 실질적인 성과를 평가받아야 한다. 무용하거나 외유성과 같은 연수는 즉시 취소하고 허위·부풀리기 사례가 적발되면 전액 환수와 함께 형사 고발로 이어져야 한다.

이해충돌 방지 장치 강화도 필수적이다. 의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직계가족의 사업체, 친인척 거래 내역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해당 업체와 지자체 예산 사업이 연관 될 경우 참여를 전면 배제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즉각 의원직 상실로 이어지는 강력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작동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제도보다 사람의 양심과 책임 의식에 의해 지켜진다. 하지만 전북의 일부 지방의원들은 그 기본을 저버리고 있다. 의회가 시민의 신뢰를 잃으면 의결권도, 견제 기능도 무력해진다. 전주시의회는 더 이상 ‘반성문 낭독회’와 같은 형식적 조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시민 앞에 진정성을 증명할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철저한 진상 규명과 가차 없는 처벌, 제도 개혁에 나서야 한다. 시민들은 더 이상 용서와 기다림으로 정치인을 키우는 ‘관대한 유권자’가 아니다. 신뢰를 배신한 대가가 무엇인지를 이번 기회에 반드시 보여주어야 한다.
  • 글쓴날 : [2025-08-11 14: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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