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유·초·중등교육을 책임지는 전국 17개 교육청이 세수 부족을 메우기 위해 발행한 지방채 상환이 완전 종료된 것이 불과 6년 전인 2019년이었다. 집값 폭등으로 추가세수가 생겨 추경이 잡히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2021년, 2022년이었다. 그러나 경기악화와 세수추계 오류로 인해 2023년부터 다시 지방교육재정은 축소되었고, 독자 징세권이 없어 안정적 재정확보를 위해 운영해왔던 재정안정화기금마저 대폭 헐어 쓰거나 다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상황이 되었다.
7. 주로 유·초·중등교육에 쓰였던 교육세는 2023년부터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로 일부 전환되었다. 이 외에도 지방교육세와 시·도세 전입금 축소, 학교 점유 국유지 용도폐지에 따른 부담액,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 2026년 일몰 예정 등으로 앞으로 계속 유·초·중등교육에 사용할 예산은 줄어든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방교육재정 축소 추세가 2023년부터 본격화돼 31조 3000억 원가량 결손이 발생하거나 예정된 상태라고 발표하였다. 내국세 20.79%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올해 상반기 제2차 추경에서 이미 2조 원 감액되었다.
8. 다른 분야와 달리 교육 예산은 그 구성과 집행 방식에 특수성이 있다. 교육은 교사가 한다. 당연히 교육재정에서 교사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교실과 운동장 등과 같은 학교 시설 역시 필수요소다. 이처럼 인건비와 교실의 전기요금이나 난방비 등과 같은 필수시설 유지비는 경직성 경비다. 교육재정에는 이처럼 경직성 경비 비중이 높다. 그러니 교육예산이 줄면 아이들에게 다양한 교육 경험을 제공할 직접적인 교육활동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9. 교육청과 학교 예산에서 이월금은 낭비나 집행의 무능 결과가 아니다. 유·초·중등학교에서는 수업과 활동이 이루어지는 학기 중에는 규모가 큰 시설 개선공사는 할 수 없다. 수업에 지장을 주거나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긴 겨울방학으로 대부분의 학교는 큰 공사를 몰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큰 공사비 집행 주체인 교육청 회계연도는 1월부터 시작해 12월 말까지이기 때문에 구조적인 이유로 방학 중 공사비를 이월처리할 수밖에 없다. 또 학기 개시에 맞춰 3월 초부터 다음해 2월 말까지가 회계연도인 학교에는 예산이 3월 말경 내려온다. 따라서 전국 1만 1800여 개 학교에 집행되는 규모가 큰 시설공사비나 새 학년도 시작을 위한 학교예산을 이월금 처리하게 된다. 해마다 이월금이 크다는 지적은 이와 같은 회계처리상 특수성에 대한 무지의 결과다.
10. 저출생으로 학생 수가 준다고 유·초·중등교육예산을 줄이자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전국 초·중·고교 자살위험군 학생 증가, 유·청소년 우울증 증가 가속화, 10년 새 청소년 자해·자살 입원률이 86.7% 증가했다. 세계 최고 입시경쟁교육 결과다. 최근에는 4세 고시, 7세 고시까지 등장했다.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잘못된 사회·교육체제의 고통을 아이들이 감당하고 있다. 지금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교사, 더 많은 지원체계와 돌봄이 필요하다. 똑같이 저출생으로 입대 인원이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국방선진화라는 정책기조로 2023년 57조, 2025년 62조였던 국방예산을 2029년에는 89조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아이들이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들이 사회적 발언권이 없다는 이유로 교육예산을 쉽게 줄여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11. 우리나라 고등교육예산은 OECD 평균의 60% 수준이다. 과학기술 경쟁력이 세계 경쟁력이 되고 있다면서 대학교육에 투입하는 고등교육예산을 이대로 두어도 되나. 이재명 정부는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연구중심대학을 집중 육성하여 국가경쟁력도 높이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으로 수년간 매해 2~3조의 추가예산이 필요한 일이다. 금융기관 교육세율 인상을 반대하며 교부금 얘기만 늘어놓지만, 실은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에 따라 유아교육예산을 제외한 교육세 50%는 대학교육에 쓰이게 되어 있다. 이미 부족한 고등교육예산을 교육세 일부를 전용하는 방식으로 유·초·중등교육예산에서 떼고 있으니 교육세가 증액되지 않으면 유·초·중등교육예산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교육세율 인상을 피하고 싶어 하는 금융기관 관계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특별히 유능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금융기관 아닌가. 자기 업장의 수지타산만 계산하지 말고 무엇이 국가 전체에게 이익이 되는지도 계산해주길 바란다. 게다가 이미 많은 국민들은 다른 산업과 달리 우리 공동체와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특별히 높은 산업이 금융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 특별한 공적 기여 책임에 대한 국민적 요구도 그에 비례해 높다는 점도 유념해주길 바란다. 아이들을 살리고, 국가를 발전시키는 일에 함께 나서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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