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정치사에 또 하나의 불명예스러운 기록이 새겨졌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권력의 정점에 서서 법과 정의를 입에 올리던 인물이, 불과 몇 해 만에 내란 혐의와 부패 혐의로 나란히 철창신세가 됐다. 그 추락의 폭과 속도는 놀랍고, 그로 인한 국격 추락은 불문가지이고, 국민들의 좌절과 허탈, 그리고 창피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윤석열에 이어 김건희가 구속되자 세계 주요 언론은 일제히 이 사건을 대서특필했다. 뉴욕타임스(NYT), 영국 가디언, AP·AFP·로이터 등 국제 통신사, 일본 교도·아사히 신문까지 앞다퉈 한국의 전직 대통령 부부 사태를 보도했다. 그들은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부인이 구속됐다는 점, 그리고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가 동시에 수감된 초유의 스캔들임을 강조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를 ‘전례 없는 상황’이라 표현했고, AFP는 ‘극적인 몰락’이라 보도했다.
김건희씨의 구속 사유는 하나둘이 아니며 무게 또한 가볍지가 않다. 주가조작, 뇌물수수, 불법 정치 영향력 행사 등 다수의 중대 범죄 혐의가 적용됐다.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 가방, 6천만 원대의 고가 목걸이 등, 사치와 탐욕의 흔적들은 국민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한다. 더욱이 재임 시절, 내란수괴 윤석열은 자신의 아내 관련 의혹에 대해 철저히 방어막을 쳤다. 특검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고, 검찰은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은채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그 결과 의혹은 부패의 늪에서 곪아 터졌고, 퇴임 이후 사법의 심판대 위에 올라서야 했다.
국민이 느끼는 허탈감과 분노의 뿌리는 깊다. 윤석열은 한때 ‘공정과 정의’를 상징하는 인물로 부상했다. 검사 시절, 그는 전직 대통령과 재계 거물들이 연루된 국정농단 부패 사건을 수사하며 ‘강직한 검사’의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권력자가 된 뒤 그는 그 이미지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자신과 측근, 가족을 향한 수사는 번번이 막혔고, 법은 선택적으로 적용됐다. 거짓과 술수로 쌓아 올린 모래성을 지키기 위해 ‘12.3 내란’이라는 초법적 행위로 권력을 지키려 했던 허황한 망상은 대한민국 헌정 질서에 치명적 상처를 남겼다.
이제 그의 몰락은 단순히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국가적 수치가 됐다.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선출된 지도자가 헌법을 유린하고, 사적 이익을 위해 권력을 남용한 끝에 부부가 나란히 철창에 서 있는 모습은 전 세계에 한국 민주주의의 그늘을 노출시켰다. 국민들은 그 창피함과 분노를 고스란히 짊어져야 했다.
이 사태의 참담함은 단순한 사법적 처벌을 넘어선다. 우리 사회가 또다시 권력의 부패와 무능, 오만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따른다. 헌정사에 기록된 다른 전직 대통령들의 구속 사례들보다 이번 사건이 주는 충격이 큰 이유다. 이전에도 부정부패로 대통령들이 감옥에 간 적은 있었지만, 권력의 최정점에 섰던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경우는 없었다. 이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사의 심각한 경고등이다.
국민은 이제 묻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 왜 우리는 권력자에게 쉽게 속고, 감시를 소홀히 하며, 법치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무너질 때까지 방관하는가? 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깨어 있는 시민의 감시와 참여, 그리고 권력에 대한 냉정한 거리 유지(keep distance)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사건은 국제사회에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세계 언론이 주목한 것은 단순한 범죄 혐의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와 사법 정의의 취약성이었다. 권력자의 가족이 법망을 빠져나가고, 대통령이 이를 방패 삼아 보호하는 모습은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부부 동시 구속으로 그 방패가 무너진 순간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그 추악한 방패가 얼마나 오랫동안 작동했는지를 드러냈다.
국민에게 남은 것은 쓰라린 교훈이다. 공동체를 이끌 지도자를 선택할 때 우리는 화려한 언변과 이미지가 아닌, 그 사람의 도덕성과 권력관, 지나온 삶의 이력, 그리고 위기에서 보여줄 리더십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권력은 부패의 속성을 갖는다. 그러나 그 부패가 완성되는 순간은 국민이 침묵할 때다. 尹씨 부부의 동반 구속은 단순한 법 집행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면역 작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면역 반응이 너무 늦게 발현된 것은 뼈아픈 현실이다. 부패를 뿌리 뽑는 일은 사후 처벌보다 사전 예방이 훨씬 값지고 중요하다. 정권의 흥망과 무관하게, 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이번 사태가 남긴 중요한 과제다.
이제부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점에서 국민의 좌절감과 허탈감, 창피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부끄러움이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하는 자양분이 된다면, 이번 사건은 한국 민주주의가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부패한 권력의 몰락을 지켜보는 것은 언제나 고통스럽지만, 그 끝이 새로운 출발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든 국민이 갖는 공통된 소망일 것이다. 그 소망을 믿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