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소리’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수백 년을 이어온 전통의 숨결이자, 오늘을 사는 우리와 세계를 잇는 문화의 다리다.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개막작 ‘심청’을 시작으로 17일까지 닷새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올해 24회째를 맞는 이번 축제의 키워드는 ‘본향의 메아리’. 뿌리 깊은 소리의 본향에서 울려 퍼진 울림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길 바라는 의지가 담겼다.
이번 축제는 국립극장과 공동제작한 판소리시어터 ‘심청’으로 문을 연다. 판소리 다섯바탕 중 ‘심청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작품은 전통성과 실험성, 예술성과 대중성을 아우르는 무대로, 향후 창극의 새로운 지형도를 제시할 기대작이다. 김관영 도지사의 개막 선언과 함께 막이 오른 ‘심청’은 관객과의 만남 프로그램까지 곁들여 예술과 관객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축제의 매력은 개막작에만 있지 않다. 국창부터 명창, 라이징스타까지 총출동하는 ‘판소리 다섯바탕’, ‘산조의 밤’, 세계 각국의 월드뮤직, 한국 성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성악 열전’, 그리고 대중성과 축제성을 겸비한 클래식과 ‘소리썸머나잇’ 등 77개 프로그램에 91회 공연이 열린다. 특히 ‘디아스포라 포커스’는 명인홀과 한옥의 고즈넉한 공간에서 펼쳐져 음악이 가진 공간적 울림까지 경험하게 한다.
올해 소리축제는 ‘뮤직 마켓’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장르별 시장 거점화 지원사업’에 선정된 ‘소리 넥스트’는 전통음악 기반 예술단체의 국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작품 유통과 협업을 촉진하는 플랫폼이다. 국내외 전문가가 참여하는 쇼케이스, 토크, 네트워킹, 팸투어 등은 축제를 문화산업의 장으로 확장시키는 중요한 시도다.
또한 전공생을 위한 ‘소리캠프’와 ‘마스터 클래스’,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소리축제’ 등 교육·참여 프로그램은 전통예술의 저변 확대에 기여한다. 한국국악학회, 세계음악학회 등 학술기관이 참여하는 ‘소리학술포럼’은 전통예술에 대한 담론과 연구의 장을 마련, 축제를 학문적 깊이와 결합시킨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이미 ‘세계 3대 소리축제’ 중 하나로 꼽히며 국제적 위상을 확보했다.
그러나 세계인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국내외 홍보를 강화해 젊은 세대와 해외 관객층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공연실황 중계, 다국어콘텐츠 제작 등도 필수이고 전통예술의 현대적 재해석을 지속해야 한다. ‘심청’과 같이 전통을 토대로 한 창작이 꾸준히 이어져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축제와 지역경제도 유기적으로 연결해야 한다. 숙박, 관광, 전통시장과 연계한 패키지 상품 개발을 통해 지역 상권 활성화로 이어져야 한다.
전북, 전주의 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메아리치려면 올해 24번째 연륜을 쌓은 이 축제가 그 울림의 진원지가 되어야 한다.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 예술성과 산업성을 아우르는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한국을 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무대가 되기를 기대한다.